[사설] 신경영 20년 맞은 삼성 혁신자로 도약할 때
입력 2013-06-09 18:25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나온 지 20년이 된 지난 7일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계 증권사와 국제신용평가사의 혹평이 쏟아지면서 6% 넘게 폭락했다. 주식시장은 등락을 반복하기 마련이지만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매를 불러온 신용평가사 피치의 경고는 아프지만 삼성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삼성전자가 아직까지 ‘진정한 혁신자’가 아니라는 피치의 진단은 정확하다. 지금까지 삼성은 일본 소니나 미국 애플 등 시장 선도기업들의 제품을 모방하며 뒤쫓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추격자) 전략으로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불량 휴대전화 수십만대를 회수해 구미공장에서 불태우고, 양문형 냉장고 폭발사고 이후 국내 사상 최대인 21만대 리콜을 신속하게 결정하는 등 품질과 소비자신뢰를 최우선으로 한 경영전략 역시 오늘날 삼성전자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 이노베이터(innovator·혁신자)로 도약해야 할 때다. 이 회장도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전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삼성은 지난해 380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중 53%가 삼성전자에서 나왔고,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휴대전화 사업에서 벌어들였다. 이러한 쏠림 구조는 언제든 위기에 봉착할 수 있어 지속적인 성장이 힘들다. 바이오·의료기기·2차 전지·태양광·LED 등 신수종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삼성은 다른 기업들이 가지 않은 미지의 시장을 개척하며 혁신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서있다. 삼성이 진정한 혁신자로 새로운 20년을 선도할 성장 모멘텀을 찾느냐에 따라 세계 일류 기업으로서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