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도미니카 김성자 선교사] (6·끝) 어린이 교육·선교는 우리의 희망
입력 2013-06-09 17:23
“목사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말씀 배우지 못했으면 감옥이나 들락거렸을 것…”
16년 전 어느 날 선교지에 도착해 처음으로 동네 전도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사라진 저녁시간이라 수많은 어른들 틈에 어린아이들도 모여들었습니다. 전도 집회가 끝나고 늦은 밤이 됐는데도 아이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남아 있었지요. 나와 마주친 한 꼬맹이가 “요 뎅고 암브레(Yo tengo hambre·난 배가 고파요)”라고 여러 번 말을 건넸습니다.
당시만 해도 제가 스페인어를 잘 모르던 시절이라 무심코 지나쳐 버렸지요. 만약 그 아이의 말을 알아들었더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먹을 것을 줬을 것입니다. 지금도 이곳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망고 하나로 식사를 때웁니다. 또 빈민촌에는 길거리에서 자동차 유리창을 닦으며 돈을 요구하거나 행인들 구두를 닦으면서 살아가는 아이도 많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사역을 꼽으라면 ‘어린이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회 개척이나 학교 운영, 장학사업, 빈민구제, 우물파기와 사랑의 빵 사역, 결혼식·성년식 사역 등 하고 있는 모든 사역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린이 사역은 하나님 나라의 제자를 양성해 그들이 성장한 뒤 현지 사역을 맡기는 일이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제자들 대부분은 어린시절 전도받아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학교에서 교육받고 교회 안에서 리더로 부족함 없는 자격을 지니고 설교자와 교사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요. 바로 이 젊은이들이 선교사의 모든 사역을 배우고 익혀서 멀지 않은 미래에 목사나 교수 등 지도자로 세워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 제자들 가운데 하비엘은 학교 교무처장으로 학교 사역을 책임지고 있고, 마리아는 교회학교 교장으로 교사와 학생들을 잘 이끌고 있습니다. 알베르토는 청소년·청년 예배 전도사로, 안드레이나는 식당 담당자로, 파멜라는 대학생 모임 리더로, 레이디는 가정사역 담당자로, 코코는 제빵 기술자로, 로사는 예배시간 찬양 인도자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바로 어린이 선교의 결실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선교지에서 어린이 사역을 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사역임을 고백합니다. 인내하고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열매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순수해서 부모나 교사가 그들의 마음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이 바뀌게 됩니다.
10년 전부터 산토도밍고 교회 지역을 중심으로 예술학교(Escuela Arte)를 열었습니다. 정규학교 교육과정에 미술과 음악교육이 빠져 있어서 아이들의 예술적 재능을 살려주고자 시작한 사역입니다. 남편 호세 목사가 화가이기 때문에 시작한 예술학교는 음악에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기타나 드럼, 피아노 등을 가르치고 무용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는 찬양춤을 교육하고 있지요. 참으로 진지하게 가르치고 배우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예술학교 미술시간에 한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교회를 기웃거렸습니다. 호세 목사는 이미 10명의 아이들이 진도가 나간 터라 다음 기회에 등록하라고 설득했지만 이 꼬마는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교회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종이와 연필을 주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이 꼬마가 성장해 이제는 의젓한 청년이 됐습니다. 교회의 리더가 된 그가 “만약 선교사님이 이 지역에 오지 않고 내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나는 깡패나 마약을 하는 사람이 돼 감옥에 드나들었을 것입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라고 간증하더군요.
모든 어린이들이 착한 것은 아닙니다. 교회 부근에 사는 어린이 중에는 교회 담을 넘어 들어와 돌을 던져 창문을 부수거나 나무에 달린 바나나를 훔쳐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개구쟁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짜증나고 지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주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한 영혼 한 영혼이 귀중하기 때문입니다.
무차아구아 산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비가 내릴 때마다 빗물을 큰 통에 잘 받아뒀다가 평소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가난합니다. 이곳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우물파기 공사는 꼭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무차아구아교회 우물 공사는 7년 동안 세 차례나 실패했습니다. 단단한 암반 때문에 공사를 중단해야 했던 것이지요. 그러다 2011년에 악조건을 이겨내고 공사를 끝냈습니다. 암반에서 물이 나오는 광경을 보면서 산 속의 식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지요. 이 물을 어린이들이 마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행복해서 샘물이 나오게 하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지요.
멘도사 지역에서도 교회학교를 열었습니다. 매년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예수님을 영접합니다. 새로 등록하는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이 아이들이 우리 주님이 걸어가신 길로 걸어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지금도 부모에게 버림받고 가난에 찌든 환경에서 마약과 도둑으로 인생을 시작한 어린이들이 교회학교 교육을 통해 구원받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하고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음을 봅니다.
우리 교회학교 교사들은 영적으로 훈련받아 믿음이 굳건하고 어린이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선교지 상황이 열악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교회에 나오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지는 않습니다. 매년 1월 첫째주에 시상을 합니다. 교회학교 출석을 잘하고 공부시간에 성실하게 하나님 말씀을 잘 듣고 신앙생활을 잘하는 아이들이 상을 받지요. 또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모범이 되는 교사들에게 상을 줍니다.
비전크리스천학교(Colegio Cristiano Vision)는 빈곤층이 모여 사는 멘도사 지역에 있습니다. 2004년 9월 알찬 학교교육과 신앙교육을 하기 위해 교회 부속으로 세웠지요.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정은 있으나 가정형편상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곳에 옵니다. 나이가 많은 학생도 있고 고아도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도 교실이 부족한 관계로 많은 아이을 교육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앙이 좋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믿음으로 잘 이끌어주리라 확신합니다.
비전크리스천학교는 유치부 과정부터 1∼7학년 과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 교회 교육관을 교실로 쓰고 있는데, 앞으로 준비해 놓은 990㎡(300평) 대지에 학교를 건축해 더 많은 어린이들을 교육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땅을 구입하고 모아둔 건축헌금으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서 건축비가 바닥나 공사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오늘도 겸손히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어린이 교육·선교에 몸과 마음을 다해 일할 것을 다짐합니다. 미래의 희망이요 지도자로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어린 영혼들을 감싸안고 정성을 다해 하나님의 가르침을 교육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면서 독자 여러분과 기도의 동역자들에게 중보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빈민촌 멘도사 지역에 버려진 어린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비전크리스천학교 건축이 멈추지 않고 계속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
김성자 무차아구아감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