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노래’ 展 여는 김포 보름산미술관 장정웅 관장

입력 2013-06-09 17:11


“이곳에 미술관이 있다고?”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893의 1번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김포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오니 고층 아파트 단지와 먼지 풀풀 날리는 재개발 지역이 공존한다. 태광교회 입구 사거리 한쪽 흙길에 미술관 표지판이 서 있다. 500m쯤 들어가니 2층 건물의 전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름달처럼 생긴 작은 동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보름산미술관.

홍익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장정웅(68) 관장이 2009년에 건립한 보름산미술관은 도심과 전원의 중간에 위치하는 전시장이다. 개관 4주년을 맞아 장 관장의 ‘춤의 노래’ 전이 8월 24일까지 열린다. 대학 졸업 후 건축 일을 한 장 관장은 20년 전부터 망와(望瓦)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망와는 우리나라 전통 기와지붕 용마루 끝에 세우는 암막새로 집집마다 바라는 것을 문양으로 새겼다.

장 관장은 사람 얼굴, 문자, 기호, 당초문 등 다양한 이미지가 새겨진 망와를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여 ‘망(望)’ ‘바래기’ ‘지킴이의 노래’ 등 시리즈를 내놓았다. 망와에서 발견되는 회화적 요소들을 한지 위에 오방색으로 채색한 것이다. 전시에서는 망와와 전통놀이 칠교(정사각형 평면을 일곱 조각 내 여러 가지 형상을 꾸미며 노는 놀이)가 만나 춤판을 벌이는 그림을 선보인다.

그가 망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우리나라 사립박물관 1호인 충남 아산의 온양민속박물관이 1978년 문을 열었을 때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집안에 흔히 쓰던 물건들로 박물관을 채웠으니 놀라웠죠. 기와집을 허물고 나면 버리는 망와를 몇 개 모아두었는데 ‘바로 이것이다’ 싶었어요.” 전국을 누비며 모은 망와가 300여점에 달한다.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미술관을 지었다.

장 관장은 “제아무리 훌륭한 수집품이더라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할 정도로 창고 깊숙이 꼭꼭 가둬두면 빛을 잃게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우리 문화유산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를 살려 미술관 관람은 무료다. 그림뿐만 아니라 목가구와 돌조각 등을 감상할 수 있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유망한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에게 창의력을 심어주는 미술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김포에서는 이미 명소가 됐다. 장 관장은 “유럽에는 동네 골목마다 작은 미술관이 즐비하다”며 “미술관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하는, 살아 있는 교육현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031-985-0005).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望瓦=기와기붕 용마루 끝 암막새. 집집마다 바라는 것을 문양으로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