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삶의 쉼표 주말농장

입력 2013-06-09 18:25


지난 주말, 후배의 초대로 경기도 광주시 귀여리에 있는 주말농장에 다녀왔다. 초보 농부인 후배는 올 봄에 서울시에서 분양하는 친환경농장 10평을 분양받아 상추, 파, 쑥갓, 열무 등을 심었는데, 얼마 전에 상추를 한 바구니 따서 이웃과 나눠 먹었다며 텃밭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2300평의 친환경농장에는 1구획당 5평씩 나눈 텃밭에 400여 개의 명패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

후배가 배정받은 162번 텃밭을 찾아가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밭주인의 취향에 따라 감자, 고추, 가지, 참외, 들깨, 상추, 호박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밭주인이 부지런한지, 그렇지 않은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풀을 제때 뽑아 주고 텃밭을 잘 가꾼 밭이 있는가 하면, 씨앗만 뿌려놓고 찾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거나 추수할 시기를 놓쳐 잎채소의 꽃이 만발한 밭도 있었다.

우리는 햇볕이 쨍쨍한 한낮에 두 시간 동안 잡초를 뽑고 상추 잎을 따고 열무를 솎아내느라 얼굴이 발갛게 익었다. 지금까지 도시생활만 계속해 온 후배는 난생처음 농사를 지어 본다며, 텃밭을 잘 가꾸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욕심을 가지고 좁은 땅에 열무 씨앗을 너무 많이 뿌리는 실수를 했어요. 작은 농사이지만, 텃밭을 가꾸면서 인생을 배워요. 심은 대로 거두고, 정성을 쏟은 만큼 보답하는 자연을 보며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조급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주말농장은 싱그러운 자연의 생명력과 건강한 밥상을 선사하며 도시생활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친환경농장은 팔당호 주변에 13곳(7000구획)이 있는데, 서울시가 연간 임차료의 절반인 3만원을 지원해 주기에 참여자는 3만원만 내고 1년간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참여자에게는 1구획당 상추, 쑥갓, 아욱, 열무 씨앗과 청상추 10주, 적상추 10주, 병해충을 방제하는 유기농 약제를 무료로 제공한다는데 매년 인터넷 분양 신청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분주한 도시생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주말농장에서 텃밭 가꾸기를 해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가족들과 함께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이웃과 나눔으로 정을 돈독히 해보면 어떨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배는 오는 8월에 김장 배추를 다시 파종할 거라면서 올가을에 직접 키운 배추를 나눠 줄 테니 김장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모처럼 다녀온 주말농장 나들이는 나의 일상에 잠시 쉬어가는 삶의 쉼표가 되었다.

윤필교 (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