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입력 2013-06-09 17:33


삼성 신경영 20년의 미래

스마트폰과 최첨단 TV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삼성의 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삼성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바라는 삼성의 미래 비전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이다.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독일 기업의 전통과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의 강점이 독일 기업들의 저력과 결합할 경우 글로벌 1위 기업의 위치를 오랫동안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삼성이 아직 갖추지 못한 독일 기업들의 장점들을 과감히 수용하고 이를 뛰어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의성과 장인정신 결합한 ‘선도자’가 돼라”=삼성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을 따라잡았다. 이 전략은 1위 기업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 이를 벤치마킹해 더욱 개선된 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1970년대 일본의 전자회사 소니와 샤프, 파나소닉 등도 이 같은 전략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삼성이 지금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전환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전문가인 김평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글로벌연수원장은 9일 “1897년 디젤 엔진을 최초로 발명한 루돌프 디젤이나 1876년 최초의 실용적인 4행정 엔진을 만든 니콜라우스 오토가 모두 독일 사람인 것은 큰 시사점이 있다”면서 “독일 기술자들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예술품 만들 듯 혼을 쏟아부어 직접 개발해야 완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독일 기업들은 제품 하나를 오래 연구·개발해서 사업화하는 것이 특징” 이라면서 “삼성이 창의성과 장인정신이 결합된 독일식 ‘퍼스트 무버’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식 상생 모델 벤치마킹 필요=삼성도 협력업체들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한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1·2차 협력업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 앞으로 5년 동안 1조2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삼성의 상생경영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독일 대·중소기업 관계의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독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독일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을 선도했고 독일 중소기업들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또 하이엔드(High-end·고품질 고가격) 제품을 위해서는 협력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듀스버그에센대 경제학과의 앙거 벨케 교수는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존중했고, 중소기업은 새로운 최첨단 부품을 꾸준히 개발해 대기업에 납품하며 신뢰에 보답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으로 사회적으로 더욱 존경받고 제품 생산에서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처럼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기본기에 더욱 충실하고 미리미리 준비해야=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들은 한국과 일본 등의 공세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기본기에 충실했던 독일 기업들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독일 기업의 기본기는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발현됐다. 하나는 탄탄한 기초과학에 뿌리를 둔 기술력이다. 다른 하나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뚝심이다. 독일 기업들은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트렌드세터’(시대의 풍조나 유행 등을 민감하게 파악해 대중화하는 기업)의 길을 선호하지 않았다.

한상은 코트라 뮌헨 무역관장은 “독일 기업들은 미리 사전에 준비해 방문 일정 등을 잡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며 “기술 분야에서도 이 같은 독일 기업들의 특징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예로 들었다. 한 관장은 “독일 기업들은 태양광과 풍력, 수소에너지 등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와 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제2의 도약을 위해 미래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삼성에 독일 기업들의 발 빠른 움직임은 좋은 참고자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