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국내외 전문가에게 들어본 삼성 미래 전략
입력 2013-06-09 17:40
삼성 신경영 20년의 미래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20년 동안 삼성그룹은 양적·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미래의 먹거리와 더욱 거세지는 글로벌 경쟁 등 앞으로의 2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숙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브랜드·마케팅 분야의 세계 2대 석학으로 꼽히는 케빈 켈러 다트머스대 교수와 삼성물산 회장을 지낸 현명관 ‘창조와 혁신’ 상임대표, 리더십·전략적 인사관리의 대가 패트릭 라이트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 학장, 삼성전자 미국법인장 출신의 이명우 한양대 교수, 아시아금융학회 공동회장인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 국내외 분야별 전문가에게 삼성에 필요한 미래전략을 들어본다.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삼성 공화국’ 우려 씻어라<케빈 켈러 다트머스대 교수>
삼성은 지난해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9위에 올랐다. 그러나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소비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큼 감성적(emotional)이 될 필요가 있다.
특정 회사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회사의 영향력 증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이 그런 시선을 이겨내려면 좀 더 소비자와 고객 중심으로 파고들어, 항상 소비자들의 이익과 행복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최선이다. 지역사회는 물론 더 큰 환경문제나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체질개선을<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이병철 선대회장은 ‘잘 나갈 때가 위기’라는 말을 했다. 지금의 삼성이 그렇다. 시장에 영원한 강자란 없다. 지금 삼성이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세계 1위 자리는 언젠가는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신성장 동력의 해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에서 찾아야 하는데, 삼성은 제조업 중심의 하드웨어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삼성이 5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한다고 발표했지만 변화의 노력으로는 약해 보인다. 혁명과 같았던 프랑크푸르트 선언 수준의 ‘제2의 신경영 선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팀 쿡 이상의 ‘포스트 이건희’ 리더십 있어야<패트릭 라이트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 학장>
훌륭한 리더를 둔 기업일수록 후계문제는 언제나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 역시 그룹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 승계가 이뤄진다면 최상이겠지만, 적어도 최소한 지금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 능력을 키우게 해야 한다. 애플의 경우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이뤄낸 것을 망가뜨리지 않고 지키는 관리인(caretaker) 수준의 역할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성공한 기업에는 항상 경쟁자와 모방자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들의 추격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삼성에도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삼성이 수익이 늘어나면 날수록 그들은 삼성의 전략을 더욱 모방할 것이다.
삼성과 비교할 만한 글로벌기업의 한 예로 IBM을 들 수 있다. 삼성은 전자산업에서 출발해 바이오·헬스케어로 뻗어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IBM과 비슷하다. 애플은 전자산업에서 새 사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PC와 하드웨어 사업을 기반으로 소트프웨어는 물론 서로 다른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운용할 수 있는 미들웨어와 서비스에까지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IBM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삼성에 위기가 아닌 때는 없었다<이명우 한양대 교수>
휴대전화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문제로 꼽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삼성의 성장엔진은 항상 바뀌어왔다. 한때는 반도체 의존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한때는 LCD 의존도가 컸다. 그러나 외부에서 LCD 편중을 지적할 때 삼성은 내부에서 이미 다음 먹거리는 모바일이라고 얘기해왔다. 지금의 모바일 의존도 심화도 삼성의 경영진들이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삼성에 위기가 아닌 때는 없었다. 알고 있는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제2의 삼성전자’ 막는 경제민주화 해법 찾아야<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휴대전화 의존도가 너무 높다. ‘선도형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삼성은 언제나 새로운 상품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스스로를 이기는 길을 걸어야 한다.
MIT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이 성장하려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10개는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의 삼성전자, 의료의 삼성전자, 문화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할 상황에서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제2의 삼성전자’의 탄생을 가로막는 듯하다. 경제민주화가 경영의 모든 부분을 규제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