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삼성, 제2 프랑크푸르트 선언 필요

입력 2013-06-09 17:46

이건희 회장, 신경영 선언 20주년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필요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년이 지났다.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20년 동안 삼성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매장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삼성 제품은 이제 월드 베스트 제품으로 질적으로 변화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삼성의 혁신을 주목했다. 타룬 카나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9일 이메일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선대 이병철 회장의 일본식 현장경영에 미국식 경영 전략을 접목해 이전에는 없었던 혁신적인 경영 시스템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시장의 추격자에서 1위 자리를 수성해야 할 위치로 뒤바뀐 삼성 앞에 난제들이 쌓여 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2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7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해 ‘진정한 혁신이 아니다’라고 진단하면서 삼성전자 주식이 폭락했다.

삼성이 신경영 신화를 주도했던 스마트폰 편중 현상에서 탈피해 제2의 신경영을 선언해야 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사업이 주를 이루는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의 매출(108조5000억원)이 7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그룹의 전체 매출(380조원)의 28.5%에 달하는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의 1개 사업부가 그룹 전체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삼성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선정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지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제조업 중심의 하드웨어 문화에 익숙한 삼성에게 지금은 제2의 신경영 선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장기화되는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을 이겨내고 애플 등 경쟁 기업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국내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리더십 승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도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케빈 켈러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은 1990년대 소니를 벤치마킹했고, 지금은 애플과 비교되지만 앞으로는 애플보다 나이키나 BMW, 벤츠 같은 좀더 강력한 브랜드들을 경쟁 상대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삼성이 도약을 원한다면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권혜숙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