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엔 ‘현대왕조’ 잇는 DNA가 있다… 예상 뒤엎고 프로야구 선두 질주
입력 2013-06-07 18:45
넥센이 좀더 진화한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넥센은 지난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8안타를 뽑아내는 집중력으로 삼성을 15대 7로 완파했다. 그리고 단독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삼성과의 3연전을 2승1무의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했다. 지난 4일 삼성과의 1차전에서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끝에 3대 1 신승을 거두고 5일 2차전에서는 연장 접전을 벌이고도 ‘화끈한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해 3대 3으로 비긴 넥센은 이날 폭죽을 터뜨리듯 안타를 쏟아냈다.
사실 이번 주 홈 3연전은 투타 사이클이 꺾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을 압도하며 격차를 2게임으로 벌렸다. 넥센은 지난 5일 가장 먼저 30승 고지에 오르며 독주 모드에 들어섰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시즌 30승을 먼저 기록한 팀이 그해 우승할 확률은 48%나 된다. 30승을 기록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2011년의 LG(6위)뿐이다.
넥센이 강한 이유는 이번 3연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넥센은 마운드 짜임새에선 삼성에 근소하게 뒤지지만 화력은 삼성보다 낫다. 수비와 작전야구도 우위에 있는 편이다. 정교한 수비시프트와 상대 투수의 허점을 파고드는 도루 등 넥센이 강한 이유는 많다. 덕분에 다른 팀들과 달리 올 시즌 3연패 이상 장기연패가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아직은 ‘2%’가 부족하다.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쑥쑥 자라고 있지만 아직 시스템이 구축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염 감독이 몸담았던 현대 왕조 시절의 ‘야구 같은 야구’가 바로 넥센이 앞으로 나아갈 목표다.
넥센은 2008년 현대 선수단을 주축으로 재창단한 팀이다. 이후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현재 옛 현대 멤버는 송지만 정도만 남아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과 김동수 배터리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엔 현대 시절 영광의 인물들이 많다. 투타의 힘 자체가 강했을 뿐 아니라 김재박 전 감독 독특한 시스템 야구가 살아 었다. 이른바 ‘톱니바퀴 컴퓨터 야구’다.
2003년∼2004년엔 김 전 감독이 따로 사인을 내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경기를 풀어갔다. 언제 희생번트를 대야 하고 언제 히트앤드런을 시도해야 하는지 알고 움직였다. 지금의 넥센은 현대와 비교해 성장할 여지가 많은 팀이다. 하지만 앞으로 좀더 진화한다면 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