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회담)’아닌 ‘會(만남)’…中, 실무회담 강조

입력 2013-06-07 18:32 수정 2013-06-07 22:19

중국 언론은 시진핑 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을 ‘시아오후이(習奧會)’라고 부른다. ‘아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식 성 첫 글자. 실무 방문 형식이어서 ‘회담(會談)’이라는 용어 대신 이렇게 쓴 것. 중국은 이번 만남을 공식적으로는 ‘회오(會晤)’라고 표현한다.

“시 주석이 미국 땅을 밟을 때 예포 21발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시 주석 방미 관련 기사에서 ‘실무 방문’임을 이렇게 썼다.

두 정상이 중국 측 의견대로 워싱턴DC가 아닌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에서 만나는 것은 중국이 내세우는 ‘신형 대국 관계’를 미국이 소홀히 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보여준다고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진단했다. 중국 측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 주석은 그 뒤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그림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오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돼 있었던 것을 앞당긴 데서 보듯 다양한 분야에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쑨저(孫哲) 칭화(淸華)대학 중미관계연구중심 주임은 “두 나라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지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워싱턴DC가 아닌 휴양지에서 이뤄지는 만큼 두 사람이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서로 친밀한 관계를 쌓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특별한 성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 주석 임기 동안 전반적인 중·미 관계를 새로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놓고 남캘리포니아대 미·중연구소 클레이튼 두브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은 중국 지도자들이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만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아무런 원고 없이 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이렇게 비유한 것이다.

중국 언론은 두 정상이 이틀 동안 6~7시간 동안이나 격의 없이 만나는 것은 미국을 방문한 역대 중국 지도자 가운데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영토 분쟁 논의, 시 주석과의 친분 강화 등 4개 목표를 설정하고 7시간 동안 대화할 자료를 준비했다고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