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43도 폭염 속 넥타이 풀고 만나… 현안도 잘 풀까

입력 2013-06-07 18:32


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란초 미라지의 온도계는 섭씨 43도를 가리켰다.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휴양지인 이 도시를 조금만 걸어도 열기로 호흡이 가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장소인 휴양시설 서니랜즈는 이 도시의 외곽에 있었다. 역사적인 양국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이곳으로 향하는 도로는 오전부터 교통이 통제됐다. 회담장 외곽지역에서 천안문 사태 재평가 등을 요구하는 중국인 인권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중남미 순방 마지막 일정인 멕시코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은 이날 저녁 로스앤젤레스 남부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숙소인 란초 미라지 하얏트호텔로 이동했다. 미국 측은 인근에 주둔중인 해병대원 30명을 시 주석 경호에 투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시 주석이 귀국할 때까지 중국 측 경호요원들을 지원하고 숙소 주변을 경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주최하는 모금행사에 참석하고 난 뒤 오후 3시쯤 서니랜즈에 도착할 예정이다.

양국 지도자 간 약식 만남을 의미하기 때문인지 정상 간 회동 뒤에도 양국은 ‘공동선언’이나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7일 1차 정상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문답 형식을 통해 회동 성과를 밝힌다. 회담 형식은 정상회담이 아닌 ‘만남’이다. 미국은 ‘미팅(meeting)’으로, 중국 외교부는 ‘회오(會晤)’라고 부르고 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넥타이를 풀고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지는 데 회담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히고 있다. 7일 오후 1차 정상회동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함께 하며 이후에는 사적인 만찬이 계획돼 있다. 또 8일 아침 두 사람이 산책을 함께 한 뒤 2차 정상회동을 갖는다.

회담에서 양국이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서 확고한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회담을 앞두고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중국 방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공감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스 탈북청소년 북송 문제도 우회적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내 인권 문제와 해킹 등을 둘러싼 양국 간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민주·공화당 의원들과 인권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내 정치범 16인의 석방을 위해 시 주석을 압박해야 한다고 6일 촉구했다. 아울러 프랭크 울프(공화)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티베트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 의회에는 미국을 대상으로 한 해킹이나 사이버 범죄에 관여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이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법안이 전격 발의됐다.

중국 당국은 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가 불거질 것을 의식한 듯 미국에 사실상 망명한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의 형 천광푸(陳光福)와 어머니의 여권을 발급해주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천광푸는 천광청을 만나기 위해 대만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가정사’를 들어 미·중 정상회동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누리꾼들이 자국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란초 미라지=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