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서류조사로 안전 담보될까…“부품 200∼300만개… 안전 보장 못한다”
입력 2013-06-07 18:24 수정 2013-06-07 22:21
원전 1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200만~300만개에 달한다. 원전 부품 검사기관 7곳이 이 많은 부품을 점검한다. 관련 업계가 원전 산업을 ‘노다지 시장’이라 부르는 데는 이런 허술한 검사체계에도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원전 부품 비리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정부가 7일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여건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제대로 된 현장점검 없이 서류조사만으로 원전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수조사라지만 안전등급 이상 부품만을 대상으로 서류점검에 중점을 둔 데다 기간 역시 2~3개월로 짧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날 “서류조사로 충분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기대책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원전 부품 개수가 어마어마한데 이 정도 규모의 조사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수년을 실시해도 모자랄 부품 전수조사를 2~3개월에 끝낸다는 것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서류조사만으로 원전 비리 자체를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이번 전수조사 대상은 전체 원전 부품 중 안전등급 기준 상위에 해당하는 부품 일부에 불과하다. 비안전등급은 제외됐다는 뜻이다.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격납 건물 내 주요 설비, 원자로 증기발생기, 펌프 등이 우선 조사 대상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모든 부품을 다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자로시설 안전등급과 등급별 규격에 관한 규정’은 각 시설에 안전등급 1·2·3급 또는 비안전등급 등을 부여해 설비의 중요도를 구분하고 있다.
원전 산업의 완고한 ‘비밀주의’를 깰 대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원전사고 발생 시 신속히 알리는 것, 원전 관련 정보들을 투명하게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은 원자력 안전을 위한 기본”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원영 사무국장도 “원전 업계가 계속 문제점 은폐를 시도하는 한 원전 비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원전 관련 기관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툭하면 “계약 및 입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해 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