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퇴직자, 관련업체 재취업 못해… ‘검은 유착’ 차단
입력 2013-06-07 18:25
정부의 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은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로 불리는 원전 공기업 간부들과 업계의 유착을 뿌리 뽑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원전 부품 구매와 품질 검증과 관련한 시스템도 개혁의 대상이다.
◇“원전 유착관계 타파”=정부는 보안이 강조되고 경쟁이 제한되는 원전 산업의 특성 때문에 관련 공기업과 업체 간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파악했다. 최근 10년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퇴직자 가운데 30%가 원전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다. 이미 형성된 유착관계를 제도적으로 타파하고 앞으로의 유착 가능성까지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 업계에 재취업이 금지되는 대상을 원전 공기업 처장급(1직급)에서 부장급(2직급)으로 확대했다. 한수원뿐 아니라 한전기술, 한전기공, 한전연료 등 원전 분야 모든 공기업 출신은 협력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특히 한전기술 출신은 시험검증기관까지 재취업이 제한된다.
정부는 이미 원전 공기업 퇴직자를 고용한 납품업체에는 앞으로 입찰 심사에서 감점을 주기로 했다.
◇부품 인증 두 차례 해야=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 인증과 관련된 제도도 대폭 보완된다. 부품 인증이 민간 시험검증기관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국책시험연구기관이 한 차례 더 확인하는 ‘더블체크 시스템’이 도입된다.
시험검증 비용은 앞으로는 부품제작 업체가 아닌 한수원이 시험검증기관에 주게 된다. 부품제작 업체와 시험검증기관 사이 돈 거래가 있으면 비리가 생길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민간 업체에서 시험검증을 담당하는 직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하고 뇌물을 받거나 요구하면 공무원법상 수뢰죄를 적용할 예정이다.
원전 부품 구매 제도도 크게 달라진다. 최저가 낙찰제가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는 최고가치 낙찰제가 도입되고, 수의계약은 최소화된다. 입찰내용은 지금까지 입찰공고와 함께 공개됐지만 앞으로는 공고 10일 전에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한수원의 구매조직이 기술적 우위를 갖추지 못해 기술적 문제를 한전기술과 정비 부서에 의존하는 점이 문제라고 보고 한수원 구매사업단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등 엔지니어링 전문가를 채용하고 법률과 회계 관련 직원도 보강한다.
◇“앞으로 관용은 없다”=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다. 매달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해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첫 관계 부처 차관회의는 11일 열린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혁신 TF를 구성해야 하고, 한수원이 이행계획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보고해야 한다. 대책 발표를 한 이날 이후 일어나는 절차 위반과 비리, 부정사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한편 시험성적서 12만5000건에 대한 전수 조사에는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검찰 수사를 받는 새한티이피가 시험한 원전 부품을 먼저 조사한 뒤 다른 국내외 시험기관이 검증한 부품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Q1 등급 부품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장 입회 조사를 하기로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과거 유사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을 못하고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국민의 큰 부담으로 터져 나온 궁극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가리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