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문제 빠져…한반도 정세 대변환 가능할까

입력 2013-06-07 18:23 수정 2013-06-08 01:01

2년4개월 만의 접촉, 4대 관전포인트

남북관계가 모처럼 국면전환의 계기를 맞고 있다. 당국 간 실무접촉은 2년4개월, 장관급회담은 6년 만에 이뤄지는 만큼 관계 개선의 호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선 비핵화 문제는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없어 대화 모드가 한반도 정세의 대변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①허심탄회한 대화 이뤄질까=개성 실무접촉, 서울 장관급회담 순으로 대화가 성사되면 남북은 과거 몇 년간 이어졌던 냉각관계를 바꾸는 기회를 갖게 된다. 양측은 ‘괴뢰호전광’ ‘핫바지’ 등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며 얼굴을 붉혀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당국자들이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고 해서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바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무접촉에서 상호 불신을 해소하는 선결조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②관계개선 기폭제 역할 주목=전문가들은 이번에 주요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접점을 모색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일단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꽉 막혔던 대화 창구를 열고 협상을 이어가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는다면 향후 난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측이 이날 조평통을 통해 “불신이 극도에 이른 현 조건을 고려해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불신 해소가 먼저라는 의미다.

③현안 일시 해결 기대는 난망=포괄적 의제를 다루는 장관급회담이 이뤄진다 해도 모든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앞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차례 회담으로 이런 문제들이 일시에 풀리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예컨대 금강산 관광은 신변안전 보장이 필요하고,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려면 북측의 재발방지 조치가 필수적이다. 향후 대화 국면이 지속돼도 남북이 신경전을 벌일 여지는 많다. 2006~2007년에도 북측은 여러 핑계를 대며 남북 간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허다했다. 아울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부 내에 있다.

④핵(核) 빠진 대화의 근본적 한계=장관급회담이 이뤄져도 ‘비핵화’라는 대명제가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다면 한반도 정세를 전환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북측은 지난달 중국에 특사를 보내면서도 비핵화 의지는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국은 6자회담 등 관련 대화가 이뤄지려면 북측이 먼저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새 정부는 남북대화가 지속돼 상호 신뢰가 쌓이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 내에선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한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이 시작도 못한 채 폐기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국제의무와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며 비핵화 대화 조건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