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울 장관급회담’ 맞서 개성 내세운 듯
입력 2013-06-07 18:23 수정 2013-06-07 22:17
남북은 9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당국 간 실무접촉에서 장관급회담과 관련된 사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접촉이 사실상 장관급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실무접촉, 개성이냐 판문점이냐=남북은 7일 오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문답과 전언통지문을 통해 9일 실무접촉 개최에는 사실상 합의했다. 9일은 우리 측이 회담 날짜로 제의한 12일에 사흘의 여유가 있다. 양측 모두 사전에 협의를 통해 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충분한 기간이다. 9일은 미·중 정상회담(7~8일)이 끝난 직후이기도 하다. 미·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언급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보고 접촉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장소다. 북측은 개성을, 우리 측은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을 실무접촉 장소로 제안했다. 따라서 접촉이 실제 9일 이뤄지려면 양측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북측이 개성을 택한 것은 ‘서울 장관급회담’을 제안한 우리 측에 맞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안방전략 차원이다. 실무접촉에서도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만큼 홈그라운드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측은 입경 절차와 시간적 여유 등을 들어 판문점에서 실무접촉이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성과 판문점은 모두 당국 간 실무접촉의 단골 장소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 접촉,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적십자 대표 실무접촉 등 기존 실무회담이 주로 개성에서 이뤄졌다. 실무접촉이 개성에서 열린다면 자남산여관 또는 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 2곳이 협상장소로 유력하다. 고위급 군사회담 등이 열려온 판문점 평화의 집은 우리 측이 선호하는 곳이다. 개성에 비해 서울과 가깝고 본부와의 연락 역시 훨씬 쉬운 측면이 있다. 북한이 우리 측 제안에 8일 오전 9시에 답을 주겠다고 밝힘에 따라 판문점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또다시 수정 제의를 할 개연성도 있다.
◇실무접촉 의제는=실무접촉에선 장관급회담의 시기, 장소 등이 협의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회담 장소로 서울 내 호텔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장관급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실무접촉에서는 장관급회담에 나설 남북 대표를 결정해야 한다. 장관급회담이 이뤄지면 우리 측 수석대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다. 북측에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오는 게 순리다. 하지만 북한은 매번 격이 낮은 내각참사를 내보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먼저 대화 제의를 하고 대화 의지도 나타낸 만큼 이전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무접촉 대표로 우리 측은 통일부 국장급이 나선다.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또는 이수영 교류협력국장이 유력하다. 북측은 이금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