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前국정원장 신병처리 결론 못내
입력 2013-06-07 18:07 수정 2013-06-08 01:02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선거법 공소시효를 12일 앞둔 7일까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신병처리 문제를 결론짓지 못했다. 핵심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대선 전 인터넷에 야당후보 관련 글을 쓴 행위가 원 전 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결과물로 볼 수 있느냐다. 구속영장 청구가 늦어지면서 결국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직원 추정 인터넷 ID를 추가로 확보해 분석 중”이라며 “그 결과가 원 전 원장 신병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막바지 보완 수사와 법리 검토까지 이뤄져야 선거법 위반 여부도 결론이 날 것이란 설명이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를 위반했다는 데는 검찰 내 이견이 없다. 다만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선거법 85조 1항 위반 여부는 최종 결론을 미루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종북 세력 대처’ 등을 지시한 이후 직원들이 문재인·이정희 후보 비방 글을 올린 정황은 나왔지만, 그렇다고 원 전 원장이 명시적으로 특정 후보 관련 ‘작업’을 지시한 증거는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수사팀은 이미 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두 차례 법무부에 보고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여당 선거운동원 출신 보조요원과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활동비를 주고 댓글 작업을 돕도록 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입증은 끝났고 발표만 남았다”고 전했다.
법무부가 ‘선거법·영장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사팀이 이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 85조 1항 위반죄는 모두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은 국가 정보기관이 선거운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검찰이 공식화하는 것이어서 정치적 파장은 훨씬 클 수 있다.
검찰이 당초 수사 기한으로 잡았던 5월 말이나 6월 초가 지나도록 결과를 못 내놓는 데는 이런 복잡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더욱 시간에 쫓기게 됐다. 공소시효가 19일까지인 데다 시효 만료 10일 전까지 기소하지 않으면 고발인 측의 재정신청이 가능해진다. 다음주 초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발부 여부가 결정된 이후 기소까지 수사 기간은 1주일이 채 남지 않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죄는 의율하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는 식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 일종의 ‘타협’이 있을 거란 관측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