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받아 감시하면 바로 삭제하고… 부모와 자녀 ‘스마트 공방’

입력 2013-06-07 18:06


초등학교 3학년 아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스마트폰을 사준 주부 안모(34)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가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한두 번은 조용히 타일러 보기도 했지만, 아이가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이자 점점 언성을 높이게 됐다. 잠든 줄 알고 아이 방을 들여다보면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게임을 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음란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채팅 앱을 다운받는 연령이 낮아진다는 뉴스를 보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안씨는 매일 밤 아들이 잠든 사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것을 들여다보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아들이 반발하면서 모자 사이는 더 나빠졌다. 하굣길 아동대상 범죄가 잇따르면서 마련해준 스마트폰이지만, 이렇게 골칫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러던 안씨는 학부모들의 추천으로 ‘스마트폰 자녀 지킴이’ 앱을 설치했다. 이 앱은 부모와 자녀의 스마트폰이 연동돼 위치 조회뿐 아니라 자녀의 스마트폰 검색내역, 설치된 앱, 스마트폰 사용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유해정보 사이트에 접근할 경우 차단도 가능하다. 앱 설치 후 연동하려는 휴대폰의 ‘인증’만 한 번 받으면 조작할 수 있다. 안씨는 아들에게 이 앱 설치를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토록 했다. 안씨는 7일 “매일 아들에게 잔소리하지 않아도 되고 미리 유해정보가 차단돼 안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생들은 ‘악마의 앱’, ‘감옥 앱’이라고 부르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악마의 앱’을 소개한 한 블로그에는 이용방법을 묻는 부모들의 댓글과, 이를 피해가려는 자녀들의 댓글이 동시에 달리기도 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부모님이 감시 앱을 깔고부터 게임 앱 접속이 아예 차단됐다. 스마트폰 감옥 탈옥방법을 알려 달라’는 글이 적지 않다.

‘부모님 감시 앱 탈옥’이라는 글에선 부모들이 이용자의 ‘동의’를 구한 것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는 방법도 소개됐다. 하지만 이때 ‘동의 해제’ 통보가 부모에게 가기 때문에 잠든 뒤 실행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다른 이용자는 ‘중국에 서버를 둔 마켓에서 앱을 다운받으면 추적을 피해갈 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