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쇼같은 이혼발표’
입력 2013-06-07 18:08 수정 2013-06-07 22:33
블라디미르 푸틴(60)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부인 류드밀라와 함께 크렘린궁에서 발레 ‘에스메랄다’ 공연을 감상한 뒤 한 호화로운 방으로 이동했다.
방에는 국영 러시아 24TV 카메라와 기자 한 명이 대기했다.
류드밀라와 나란히 선 푸틴 대통령은 “발레가 대단했다. 음악도 좋았고 완성도도 훌륭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곧 ‘폭탄선언’이 이어졌다. 그는 기자가 “두 사람이 함께 살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묻자 가볍게 웃은 뒤 “그건 그렇다”고 말했다. “이혼이라는 말로 받아들여도 되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푸틴은 “그렇다. 이것은 교양 있는 이혼”이라고 확인했다.
류드밀라도 “우리가 자주 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결혼은 끝이 난 것”이라며 “공통의 결정”이라고 남편의 선언을 확인했다.
외신들은 기자가 자발적으로 이혼에 대해 질문했을 리가 없다며 이날 발표가 잘 짜인 한 편의 쇼와 같았다고 지적했다. 특이한 발표 형식으로 볼 때 한 유력 인사가 충실한 배우자를 버린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차원이라는 것. 로이터통신은 푸틴으로서는 대중에게 각인된 ‘강직하며 전통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목적도 보인다고 주를 달았다.
하지만 잘 짜인 각본이라 해도 이혼을 확인하는 부인 옆에서 푸틴의 표정은 긴장되고 쓸쓸해 보였다. 두 부부는 결혼 30주년을 2개월 남겨두고 있었다.
푸틴 부부는 그간 공식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모습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 등 베일에 가려진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4월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류드밀라의 모습이 수년간 공개된 적이 없다며 ‘수도원 거주’ 등 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2008년 모스크바의 한 신문에 푸틴이 31년 연하인 올림픽 체조선수 출신 의원인 알리나 카바예바와 결혼하려 한다는 얘기가 보도되면서 푸틴을 둘러싼 루머가 수년간 계속됐다.
이혼 보도에 러시아 내 인권운동 단체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푸틴 운동단체 ‘정직한 선거를 위해’는 “나라 전체가 푸틴과 이혼할 때”라고 혹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