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선진국이라더니… 美 비민주적 스캔들로 들썩

입력 2013-06-07 18:06 수정 2013-06-07 22:33


21세기, ‘빅브러더’의 시대가 열린 것일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이 인권선진국이라는 평판에 걸맞지 않은 민간인 사찰로 들썩이고 있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민간인 수백만명의 통화기록을 몰래 수집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NSA와 연방수사국(FBI)이 미국 대형 IT업체 9곳의 서버에 직접 접속해 일반인의 오디오·비디오 채팅, 사진, 이메일, 문서들, 로그인 기록 등에 대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구글, 페이스북, 팔토크, AOL, 유튜브, 애플, 스카이프 등 일반인들과도 친숙한 글로벌 대기업들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NSA의 첫 ‘파트너’가 됐고, 애플은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후 고객정보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작업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접근을 가능케 한 코드네임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WP는 전했다. 2007년 제정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단 한번도 일반에 노출된 적이 없다. WP는 프리즘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간 공직자들은 취임할 때 결코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선서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은 WP 및 영국 일간 가디언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서버에 NSA가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적이 없다”며 “고객 정보는 신중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즘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더해 AP통신은 NSA가 미국 내 모든 통신사를 대상으로 수년에 걸쳐 민간인들의 통화기록을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전직 NSA 직원 윌리엄 빈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NSA가 하루에도 30억건의 통화기록을 수집해 왔다”고 밝혔다. 6일 가디언은 “미 NSA가 통신사 버라이즌 고객 수백만명의 통화기록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버라이즌 고객들의 정보 유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하루 새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정보 수집은 국가안보와 테러방지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가디언 보도의 시초가 된 비밀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명령문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국세청(IRS)의 표적 세무조사 사찰 및 AP통신 전화기록 압수 논란으로 불거진 오바마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가 다시 드러난 셈이다.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적·진보적인 이미지의 정치인인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빗댄 목소리도 높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4번째 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고,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홈페이지 상단 제목으로 ‘조지 W 오바마’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내셔널인콰이어러는 ‘오바마는 닉슨 이후 최악의 대통령인가’라고 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