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비리 산업통상자원부도 개혁해야
입력 2013-06-07 18:53
정홍원 국무총리가 어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원전(原電) 비리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전 공기업 퇴직자의 입찰제한, 유관업체 재취업 규제 강화, 입찰제도 투명성 강화 등을 담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교과서적 사후대책을 반복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561개 품목의 품질서류 위조가 드러난 지난해 말에도 대대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5개월이 채 안 돼 죄질이 더 나쁜 비리가 드러났다.
먼저 원전정책의 사령탑인 산업통상자원부부터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물론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공기업의 비리에 산업부는 직접 책임이 없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부는 원전관련 조직을 키우면서도 냉각재 상실사고에 대비한 실험시설이나 검증기관을 갖추지 않았다. 원전 증설과 그 명분 만들기에 몰두한 나머지 안전 검증에 소홀했던 점이 없는지 여부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또한 원전 수출을 계기로 더 커진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 공급확대에 치중한 반면 전기요금 인상, 절전 및 에너지효율 향상과 같은 수요관리 정책은 홀대했다. 산업부는 지금까지 발전소 증설→공급과잉→소비촉진(싼 전기요금)→수요급증→공급부족→발전소 증설의 악순환을 확대재생산해 왔다. 그 결과 국내 원전의 가동률이 80∼90%까지 무리하게 높아져 안전점검 기간 등의 공백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불시의 가동중단이 전력공급 비상사태를 초래할 위험도 증폭됐다. 한수원 내부의 침묵의 카르텔, 원전산업계의 폐쇄적 순혈주의 등도 근본적으로는 산업부의 이런 공급위주, 외형확대 위주의 전력정책의 비호 아래 커 온 독버섯이다.
이 기회에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수요관리정책을 총리실이나 환경부로 넘겨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 때 대통령 직속 장관급 위원회에서 논란 끝에 총리실 소속 차관급 위원회로 격하된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거수기’ 위원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실질적 조직과 독립적 새 위상을 확보해줘야 할 것이다. 또한 한수원 퇴직자뿐만 아니라 산업부 퇴직관료의 관련 산업 재취업도 금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