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축 고려해 설계된 아파트가 얼마나 될까
입력 2013-06-07 18:52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는 안전성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안전진단서 조작 등 비리가 싹트면 입주민들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15년 이상 된 아파트에 대해 현재 층수에서 최대 3개 층을 수직 증축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궁여지책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정부가 수직 증축을 반대하면서 내세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안전성이었는데 사업성을 강조하는 주민들과 건설업계, 정치권 등의 반발에 밀려 이 원칙을 철회한 것이다. 약간의 이익 때문에 안전이 후순위로 미뤄진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업계는 국내 건축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고 안전점검을 통해 노후화된 건물을 보강하는 등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안전 진단에 ‘짬짜미’가 이뤄지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원전 마피아’의 납품 비리가 리모델링 안전 진단에서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는 1980년대 말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다. 주택 200만 가구 건설 목표에 맞추느라 소금기를 빼지 않은 불량 바닷모래를 사용하고,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벽으로 구조물을 지탱하는 내벽식 구조로 만들어져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직 증축 시 정확한 안전 진단과 구조물 보강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민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노후화하는 신도시를 재정비하고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안전을 도외시한 방법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 삼풍백화점 사고와 성수대교 붕괴를 교훈 삼아 안전성 진단에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만전을 기해야 한다. ‘괜찮겠지’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