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달, 되새기는 순교정신] 이응삼 목사 “요즘 고난 받겠다는 사람 거의 없어 아쉬워 ”

입력 2013-06-07 17:14


“한국 기독교가 짧은 시일 내 부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수많은 순교자의 피 위에 교회가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를 한국교회의 자랑으로 삼고 계승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이응삼(66) 목사는 한국교회사에 있어 순교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4일 기자와 만난 이 목사는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라고 했던 교부(敎父) 터툴리안의 말처럼 순교가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교회가 있는 것”이라며 “죽음으로 복음을 전한 순교자처럼 우리도 매일 자기를 희생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순교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 교인들이 식민시대와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지조를 지켰던 선조의 순교 신앙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앙으로 겪는 어려움이 사라지면서 역설적으로 신앙의 깊이도 없어졌다고 주장한 그는 이러한 현상이 고난 대신 영광만 바라는 현대 그리스도인의 잘못된 신앙 태도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앙 선배인 순교자들은 말과 행동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구원과 복음을 위해 어렵고 힘든 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수 믿어 고난 받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순교를 나와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교회의 순교 역사가 점차 잊혀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이 목사는 1998년부터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에 참여해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순교자 후손인 그는 특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순교자를 발굴하고 생계지원금이나 장학금을 제공하며 유가족을 돌보는 데 힘썼다.

후세에 한국의 순교자 신앙이 잘 전수되도록 학문적으로 ‘순교신학’을 정리하는 게 목표라는 이 목사는 박해가 없는 현재도 순교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자신을 희생해 좀 더 밝은 세상을 만들고 복음을 전하는 것 또한 이 시대의 순교라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예수 닮기에 노력한다면 또 다시 한국에서 순교 신앙의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