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음악 사역 10주년 ‘마커스’] 가난한 CCM 슈퍼스타들 ‘감사의 노래’

입력 2013-06-08 04:02


1987년 시작된 두란노의 ‘경배와 찬양’은 동시대적인 교회 음악을 통해 한국교회 예배의 회복과 부흥을 기도했다. 당시 많은 중·고등학생과 청년들이 ‘경배와 찬양’ 예배 집회를 통해 예배하는 자리로 나오고 믿음을 되찾았다. 2000년대 들어 세상 문화의 영향력은 갈수록 세졌고,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으로 대표되는 교회 문화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 문화의 거센 물결에 맞서 하나님을 향한 예배와 찬양을 갈구하고 이 일에 헌신하며 사는 이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그룹이 바로 ‘마커스(MARKERS)’다.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the Marks of Jesus)을 가졌노라’(갈 6:17)는 말씀을 붙잡고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의미를 담았다.

기독교 문화가 꽃 피기를 바라는 사람들…“하나님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의 삶이라면 좋은 문화, 올바른 삶이어야”

2003년 첫걸음을 뗄 당시엔 ‘문화 사역의 한 모델로 세워주실 것’이란 비전 하나밖에 없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28명의 사역자가 함께하고 있는 마커스 앞엔 ‘CCM계의 슈퍼스타’라는 별명이 붙었다. 매주 목요일 서울 봉천동 ‘해오름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는데, 4000석 규모의 예배당이 늘 꽉꽉 찬다. “부르신 곳에서, 나는 예배하네. 어떤 상황에도∼ 나는 예배하네.” 많은 이들을 예배 자리로 불러들인(?) 마커스의 대표곡 ‘부르신 곳에서’를 비롯해 ‘주님은 산 같아서’ ‘주를 위한 이곳에’ 등 히트곡도 상당하다. 지난달엔 새 노래 ‘주와 함께’ ‘우리’ 두 곡과 기존 노래들을 새롭게 녹음해 10주년 감사 앨범도 내놨다. 앨범 제작을 주도한 멤버들로부터 지난 10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초창기 멤버이자 메인 여성 보컬로 활동 중인 함부영(39)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지 우리가 잘한 건 없어요. 10년 동안 이렇게 영향력이 커지고 많이 알려진 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왜 하나님이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해 오셨을까, 우리에게 원하시는 게 무엇일까, 그 질문의 답을 늘 생각하게 돼요”라고 말했다. 마커스를 예배사역자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은 문화 사역을 통해 하나님 중심의 기독교 문화가 세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꽃이 필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함부영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은 좋은 문화 속에, 올바른 삶의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동일한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그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연합을 통해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나를 버리고, 순종과 훈련으로”

마커스 사역자들은 구성이 다양하다. 28명 중 노래하고 연주하며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아티스트가 15명 정도이고, 디자인과 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분열이고 갈등이란 점을 생각하면 10년간 큰 잡음 없이 조직을 유지해 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기타리스트이자 10주년 앨범 프로듀서인 임선호(36)는 “초창기부터 리더에 대한 순종 훈련을 해 왔다”며 “저부터도 사실 겸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사역자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훈련을 받다 보니 가능해지더라”며 웃었다. 그는 “서로 부대끼고 맨땅에 헤딩하며 하루하루 살아왔는데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그 과정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선경(35·여) 프로젝트 매니저는 “음악적인 실력만 따지면 더 훌륭한 분들이 올 수도 있겠지만, 마커스는 평생 같이 가야 하는 ‘가족 공동체’로 받아들이고 순종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라 가능한 것 같다”고 거들었다.

10주년을 맞아 이들은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커스 안의 연합을 넘어 마커스 밖의 많은 조직과 단체들과 함께 연합해가는 방식이다. 먼저 8월 12일부터 사흘간 청년들을 상대로 문화 캠프를 처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세상 가치관으로 굳어진 청년들의 세계관을 고루하지 않은 방식으로 터치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단다.

아울러 예배 인도팀 ‘디사이플스(Disciples)’ ‘어노인팅’ 등과 함께 올가을 제주도에서 대형 연합집회를 기획하고 있다. 기독교 문화가 특히 취약할 뿐 아니라 대형 집회가 없었던 제주도를 돌보고 함께 세워나가자는 취지에서 준비한 행사다. 이영(36) 브랜드 매니저는 “저희 멤버들도 부족함이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배워온 만큼 마커스와 이 땅을 품고 있는 다른 크리스천들이 함께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그리고 앞으로 갈 날들…“우리가 주목받기보다 하나님을 위해 쓰이기를”

이들은 이번에 발표한 10주년 앨범에 ‘기념 앨범’ 대신 ‘감사 앨범’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10년 동안 우리 정말 잘 해왔죠”라며 스스로를 기념하고, ‘베스트’ 노래를 추려 만든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동안 주신 메시지와 노래를 모아 감사드린다”는 취지란다. 흔히 마커스에 대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많이 알려졌으니 물질적으로도 성공했으리라는 것. 하지만 다른 CCM 사역자들처럼 이들도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는 이유는 “세상 음악에 비해 CCM은 뒤처진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다.

그런 만큼 지난해 9월 기획 과정부터 올해 초 앨범 녹음에 이르기까지 부담이 컸다. 많이 알려진 기존 노래를 편곡해 부르다 보니 원곡 느낌이 반감되는 건 아닐지,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연주자들과 보컬들 모두 수차례 편곡하고 녹음하며 혼을 쏟았다.

3년 전 합류한 마커스의 막내이자 이번 앨범에 보컬 디렉터로 참여한 이동희(34)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주와 함께 동행하는 우리’였음을 깨달았다”며 “우리의 의지와 계획으로 된 일이 아니라 항상 하나님께서 우리와의 관계 속에 우리를 참아주시고 기다려주시고 불러주신 것 같다”고 했다. 대표곡인 ‘부르신 곳에서’의 경우 함부영이 4번 이상 녹음을 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가장 마지막에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10주년 앨범 중 그래도 베스트 곡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앨범 제작을 주도한 임선호와 이동희는 주저 없이 ‘길’을 꼽았다. “어느새 지금 여기 서 있네. 생각조차 못했던.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는지 감사하기만 한걸…내게 주어진 길을 걸으리. 담담하게 이 길에 나서리….” 어쩌면 이 노래가 마커스 10년의 고백인 듯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