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의 사회학] “후배 보면 수수한 옷 권유… 전문직업 아쉬워”

입력 2013-06-08 04:01


대한민국 1호 기상캐스터 김동완씨에게 들어보니…

기상캐스터가 우리나라에서 ‘섹시한 여성’의 아이콘이 된 것은 최근 일이다. 과거 기상캐스터는 오히려 신뢰감을 풍기는 이미지가 많았다. 중년의 남성이 정장을 입고 전문적인 설명을 포함한 기상 예보를 했다. 당시엔 ‘캐스터(Caster·중계자라는 뜻)’보다 통보관으로 불렸다. 국립중앙관상대(현 기상청) 직원으로 일하다 80년대 한 방송국에 소속돼 날씨를 전해온 우리나라 최초 기상통보관 김동완(78)씨를 지난 3일 서울 신정동에서 만났다.

김씨는 “요즘 기상캐스터들은 기상청 발표만 외워 전달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옷을 화려하고 입고 그래픽에 신경 쓰다 보니 시청자들이 시각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기상캐스터 자체에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씨도 지인과 함께 TV를 보다가 날씨방송을 보고도 내일 날씨를 기억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후배들을 만나면 “수수하게 입어라. 그래야 보는 사람들이 잘 듣는다”고 조언한다고 했다.

김씨는 “기상캐스터들도 최근엔 의상을 협찬 받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에서 눈에 띄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수수한 옷만 고집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기상캐스터가 점차 연예인화된 데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주로 계약직에 한 회당 방송출연료를 받고 일하다 보니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갖고자 하는 남성 기상캐스터들은 화면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기상캐스터로 일하다가 인기를 얻어 방송진행자로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생기면서 경쟁률도 훌쩍 올라섰다”며 “MBC 기상캐스터 출신이면서 현재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MC를 하고 있는 박은지, 안혜경씨의 사례가 ‘기상캐스터는 시청자 눈에 띄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정식직원으로, 방송인이나 아나운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돼야 이러한 상업성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상캐스터를 꿈꾸는 청년들이 날씨교육을 충분히 받은 후 전문적인 직업인이 되는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요즘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책도 많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길도 많다. 기상 지식을 넓히고 그저 말을 전하는 캐스터에서 전문가의 역할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