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비행 첨병 관제사 24시] ‘인천∼평양’ 관제 전화는 ‘대화’ 관계없이 오늘도 애니콜

입력 2013-06-08 04:03

지난 3월 북한이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 간 직통전화를 차단한 데 이어 남북간 군 통신선까지 단절했을 때 일부 언론은 남북 당국간 공식적인 접촉채널이 모두 차단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보도는 오보였다.

항공관제용 통신선은 살아있었고 매일 남북간 통신은 이뤄졌다. 관제사의 통신 행위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위임을 받은 것으로 남북 관제사 간의 통신은 사실상 정부간 통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FIR) 관제를 담당하는 항공교통센터 관제실에는 북한의 평양 FIR 관제센터와 직통으로 연결된 전화가 있다. 비상시를 위해 일반 통신선 외에 위성으로 연결되는 통신선까지 확보해 놓고 있다.

항공관제용 통신선은 북한과만 연결된 것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 등 FIR이 인접해 있는 국가와는 모두 연결돼 있다. 항공기는 여러 나라를 거쳐 가는 경우가 많고 그때마다 그 항공기는 해당국의 관제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를 거쳐 북한 상공으로 진입하는 항공기가 있다면 항공교통센터는 북한 측에 미리 이 항공기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다. 북한 관제소는 이 정보를 받아 북한 공역 내에서 이 비행기를 관제하는 것이다. 북한 공역에서 남측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반대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중국·유럽의 일부 지역, 앵커리지 등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북한 공역을 거치는 게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지만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우리나라 항공기는 북한 공역을 거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는 여전히 남북 공역을 거쳐 가기 때문에 남북간 항공관제용 통신은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루에 몇 차례씩 이뤄지는 남북간 통신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