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비행 첨병 관제사 24시] 긴장감 속 쉴새없이 교신… 秒단위 2중3중 감시
입력 2013-06-08 04:03
땅 위에 차량이 다녀야 하는 차도가 있다면 하늘에도 항공기가 다녀야 하는 항로가 따로 있다. 차량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원활한 흐름을 위해 신호등이나 교통경찰이 있지만 하늘에는 신호등이나 교통경찰을 배치할 수가 없다. 하늘의 신호등이나 교통경찰 역할을 하는 것은 지상에서 근무하는 항공교통관제사(이하 관제사)다.
하지만 그 역할은 신호등이나 교통경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승객이 탑승한 후부터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항공기의 운항과정을 모두 관제사가 통제한다. 관제사의 지시 없이는 항공기는 이·착륙은 물론 공항 내에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비행기는 조종사가 아니라 관제사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관제사는 관제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관제사가 근무하는 곳은 크게 3곳으로 나뉜다.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는 공항 내의 항공기 이동과 이·착륙 과정을 담당한다. 항공기가 이륙한 직후부터 항로에 오를 때까지, 그리고 항로에서 내려와 착륙 직전까지는 접근관제소에서 근무하는 관제사가 담당한다. 항로를 비행하는 항공기의 안전거리 유지 및 허가 등은 항로(지역) 관제소의 관제사가 맡는다. 항공기는 이륙 때부터 착륙 때까지 계속 ‘관제탑→접근관제소(출발)→항로관제소→접근관제소(도착)→관제탑’의 통제를 받는 것이다.
관제탑은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공항마다 있고 접근 관제소는 우리나라에서 전국의 주요 공항 권역별로 14곳에 있다. 항로 관제소는 미국·중국 등은 여러 곳 있지만 우리나라엔 항공교통센터 1곳이다.
항공교통센터 관제소가 올 1∼4월 중 관제한 항공기 숫자는 하루 평균 1559대에 달한다. 월 평균 4만6000대가 넘는다. 같은 기간 수도권지역을 맡고 있는 서울접근관제소가 관제한 항공기는 하루 평균 1200대를 넘고, 인천공항 관제탑에서 이·착륙시킨 항공기도 하루 평균 750대에 달한다.
◇관제사들은 어떻게 근무하고 있나=지난 5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항공교통센터와 서울접근관제소, 인천공항 관제탑을 차례로 둘러봤다. 항공교통센터는 인천공항 인근에 있는데 바로 옆 건물이 서울접근관제소다. 두 곳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은 다소 어두컴컴한 강당 같은 관제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을 더 잘 보기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해놓은 공간에 수십 대의 관제장비가 배치돼 있다. 장비 앞에는 관제사들이 헤드셋을 머리에 낀 채 전화기와 마이크를 통해 쉴 새 없이 영어로 교신을 쏟아냈다.
항로에서 마주 오는 항공기의 고도를 조정하거나 공항 부근에 몰려 있는 항공기의 간격을 조정해 사고 위험을 막는 관제사들의 업무는 2중 3중으로 감시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경험 많은 감독관들이 관제사들의 옆과 뒤에서 잘못된 판단이나 지시가 없는지 감독한다. 서울지방항공청 김광주 관제과장은 “일선 관제사가 실수를 하더라도 즉각 시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항공기 간에도 충돌방지 시스템이 있고 이외에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여러 가지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관제탑은 100.4m 높이에 있다. 다른 2곳의 관제소에 비해 밝고 창 밖을 보면서 일한다는 것 외에 큰 차이는 없었다. 최연용 인천공항 관제탑장은 “하루 750대의 항공기를 관제하면서 개항 이후 12년 넘게 무사고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관제장비를 운영하고 있는데다 관제사들의 능력 또한 최고”라고 강조했다.
◇관제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항공사 등 기업 소속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관제사는 공무원이다. 민간 공항이나 항공교통센터, 접근관제소의 관제사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이고 군 공항이나 인근 지역 접근관제소 관제사들은 군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으로 인천공항의 계류장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소수의 관제사들만이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계류장 관제사들은 항공기 착륙 직후부터 이륙 직전까지를 담당한다.
모든 관제사는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이 필요하고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 4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이 자격을 갖춘 상태에서 기술직공무원 시험을 거쳐야 한다. 시험을 통과하면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된다. 한국항공대학교와 한서대학교, 한국공항공사에서 항공교통관제사 양성과정을 운영중이고 공군교육사령부에도 비슷한 과정이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의 한 관제사는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승진 등에서 불리하다는 불만 등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서울지방항공청장에 관제사 출신인 김재영 청장이 사상 최초로 부임하면서 향후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글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사진 서영희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