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형건물 붕괴사고, 9시간 사투 끝 전원 구조
입력 2013-06-06 22:14
[쿠키 사회] 광주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2층 거푸집 등이 무너져 내려 근로자 6명이 레미콘 더미에 묻혔다가 9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전원 구조됐다. 대형 참사가 우려됐으나 119구조대의 신속한 구조작업으로 다행히 인명피해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고 사고 수습이 이뤄졌다.
6일 오전 11시25분쯤 광주 월계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신축현장에서 2층 거푸집이 붕괴되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매몰됐다. 1~2층 경사로 지붕과 건물 벽면 공사를 위해 나무와 합판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거푸집이 콘크리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게 화근이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주차장 경사로에서 레미콘 차량으로부터 모래와 자갈, 시멘트, 물을 섞은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타설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거푸집이 붕괴한 직후 침착하게 현장을 빠져 나온 임모(24)씨와 박모(32)씨를 응급처치한 뒤 병원에 후송하는 것으로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임씨 등은 2층에서 떨어졌는데도 정신을 잃지 않고 자력으로 위기를 벗어나 탈출했다.
하지만 나머지 인부 4명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경사로에 타설 됐다가 1층으로 쏟아진 콘크리트 더미가 더운 날씨 속에 딱딱하게 굳어가는 상황이라 구조작업은 일분일초가 다급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거푸집과 함께 추락한 인부들은 양쪽 다리 등이 콘크리트에 잠겨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상반신은 자유로웠다. 거푸집 구조물과 기존 벽면의 틈에 끼어 호흡도 할 수 있었다.
이들의 생존을 확인한 119구조대는 우선 2차 붕괴를 막기 위한 후속작업을 벌였다. 크레인 2대를 동원해 무너진 거푸집의 추가붕괴를 저지하고 용접기와 전기절단기로 구조대를 막는 철근을 잘라내 진입로를 확보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통해 구체적 위치를 파악한 구조대는 탈수증상을 덜어줄 생수를 공급하며 “반드시 구조될 것이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불안한 생존 인부들을 심리적으로 안심시켰다.
119구조대는 이날 오후 1시34분쯤 매몰된 근로자 중 김모(47)씨를 가장 먼저 구조하면서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소방대원들이 어렵사리 확보한 진입로를 거쳐 간이침대에 누운 김씨가 밖으로 옮겨지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그는 머리에 피를 흘렸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20분 뒤 김씨와 옆에서 작업을 하던 박모(30)씨도 무사히 구조됐다. 박씨의 얼굴은 구조 당시 온통 콘크리트로 뒤범벅이 돼 있어 참혹한 붕괴건물 내부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현장에서 가동된 긴급구조 통제단은 다시 구출작전 전략회의를 갖고 붕괴사고 당시 1층에 있던 인부 2명의 구조방안을 고심했다. 복잡하게 얽힌 철근제거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구조대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공구와 손으로 신속하게 걷어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다시 날카로운 가시처럼 돋힌 철근 등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작업이 재빨리 진행됐다. 굳어가는 콘코리트 더미와의 지루한 싸움이 30도를 넘는 날씨와 굵은 땀방울 속에서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급박한 시간이 2시간쯤 흘렀을까. 가슴 부위까지 차오른 콘크리트 독성에 고통받던 다른 김모(58)씨도 이날 오후 3시38분쯤 양호한 건강상태로 잔해더미를 헤치고 나왔다.
분주하던 구조대원들의 손길도 막바지를 향해 치달았다. 3번째 구조된 김씨와 조를 이뤘던 다른 김모(51)씨가 마지막으로 이날 밤 8시15분쯤 무사히 구조되는 것으로 119구조대의 구조작업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소방대원 최모(43)씨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서둘러 제거하는데 집중하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며 “모두 구조돼 천만다행”이라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현장에서는 광주지역 I건설회사가 지하 1층 지상 15층 연면적 1만4262㎡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신축 중이다.
경찰은 건설회사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붕괴원인과 안전관리 소홀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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