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중국 이탈’ 가속… 서방과 관계개선 이후 삐걱

입력 2013-06-06 18:53

중국의 3대 동맹국 중 하나로 꼽혀온 미얀마의 탈중국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의 대미얀마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와는 반대로 다른 외국 기업들의 미얀마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기업들이 지난 3월로 끝난 2012 회계연도에 미얀마에 투자한 금액은 4억700만 달러였다고 미얀마측 보고서를 인용해 6일 보도했다. 2010 회계연도에 중국 기업들의 대미얀마 투자액이 82억7000만 달러였던 데 비하면 2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2011년 중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액은 43억5000만 달러였다.

중국은 2011년까지만 해도 미얀마와는 수십년 동안 정치·경제적 동반자였다. 미얀마는 북한 파키스탄과 함께 중국의 3대 동맹국으로 꼽혀왔다. 두 나라 사이에 파열음이 생긴 건 미얀마 정부가 군부 독재를 청산하고 서방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부터다.

이처럼 상황이 바뀌자 인권단체인 ‘88세대’는 지난달 군부독재 시절 맺은 중국이 미얀마에 투자하기로 한 각종 계약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계약들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의 대미얀마 투자는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미얀마 서부 연해와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을 잇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철도 프로젝트가 중단된 건 대표적이다. 지난주에는 중국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중궈이둥(中國移動)’이 영국 회사와 함께 미얀마 통신시장에 진출하려다 “입찰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포기하기도 했다.

특히 2011년 테인 세인 민선 대통령이 중국이 37억 달러나 투자한 양국 간 핵심 경협사업인 미트소네 댐 건설을 환경보호를 이유로 중단시킨 것은 양국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내 반중 정서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파이프라인 건설에 참가한 미얀마 하도급업체 직원 2명이 피살되기도 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