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당국간 회담에 거는 기대 크다
입력 2013-06-06 18:44 수정 2013-06-06 22:32
대화의 모멘텀 유지하되 北의 시간벌기 경계해야
남북관계가 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당국간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던 북한이 6일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오는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갖자고 화답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것이다.
북한의 제의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문 형식으로 나왔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열자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또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남측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라고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아울러 회담이 열리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도 협의할 수 있고, 13주년을 맞은 6·15 공동선언과 41주년을 맞은 7·4 공동성명을 기념하는 행사를 남북이 함께 개최하자는 제안도 했다. 5년 가까이 중단된 금강산 관광 등 이명박 정부 때부터 꽉 막혔던 현안들을 모두 논의하자는 발의가 주목된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정부입장’을 통해 “우리측이 제기해온 당국간 회담제의를 북측이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차원의 접촉만 고집해온 북한에 신뢰 구축을 위해선 당국간 회담이 우선돼야 한다고 압박해온 만큼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관련회의를 마친 뒤 “뒤늦게라도 북한에서 당국간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와 정부의 호응은 환영할 만하다. 급속한 사태전개로 미루어 볼 때 남북 당국자가 곧 협상테이블에 앉아 현안들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박 대통령에게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폐쇄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일부터 금강산 관광 재개, 나아가 비핵화 문제까지 논의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의 길로 유도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곤란하지만, 어렵사리 이어진 남북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다시 문을 걸어 잠그는 상황으로 되돌아가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전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대목은 적지 않다. 북한이 유화적 태도로 돌변한 속내부터 불확실하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거나 7∼8일로 예정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과 이달 하순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힘을 실어주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대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회담 결과를 미·중과 공유하면서 북한이 앞으로는 핵이나 미사일을 갖고 망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관련국들과의 공조체제를 긴밀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