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헛바퀴 서비스 산업 육성, 또 빈껍데기 우려
입력 2013-06-06 18:40 수정 2013-06-06 22:18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내세운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다 시민단체와 관련 업계에서 정부 방침에 강력 반발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률·교육 등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형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대폭 풀어 일자리, 성장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규제를 풀면 서비스시장의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찮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부터 매번 갈등만 양산했던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이 다시 빈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10년째 공회전=정부가 서비스업에 주목한 것은 제조업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취업유발효과)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한 산업별 취업계수를 보면 서비스업은 2008년 기준 30.8명으로 제조업(16.0명)보다 배 가까이 많다. 취업계수는 10억원 생산에 필요한 취업자 수를 계산해 산업의 고용기여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서비스산업이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극복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턱없이 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36% 수준에 불과하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개인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역대 정권은 서비스산업 육성을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하지만 영리병원에 초점을 맞췄던 참여정부는 의료민영화 논란을 넘지 못했다. 대신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리병원 설립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이명박 정부는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내국인 대상 영리병원 허용에 힘을 쏟았지만 반발 여론에 밀렸다. 법률 분야에서 일반인이 법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하고, 변호사가 변리사 등 전문자격사와 동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관련 업계의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나=박근혜 정부는 서비스산업을 일자리 창출의 핵심동력으로 본다. 의료·법률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춰 시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자격이 없는 일반인도 병원이나 법무법인을 설립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최근 “법무법인은 변호사만 만들 수 있고 병원은 의사만 병원장이 될 수 있다”며 “직역에 대한 보호라는 이유가 있지만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의료·교육 분야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야당은 의료서비스 규제 완화가 의료공공성을 해치는 길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9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자격 요건을 낮추는 방안은 의사·변호사업계에서 전문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가 심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일 “고용이나 산업 측면에서 보면 서비스산업 규제를 푸는 게 필수적”이라면서도 “과거와 같이 논란만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당초 이달 중순쯤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정책 조율이 쉽지 않아 발표 시기를 이달 하순으로 늦출 예정이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