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불안감에 전국이 절전모드

입력 2013-06-06 18:23 수정 2013-06-06 22:19


올여름 블랙아웃 공포가 확산되면서 자린고비 절전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나 혼자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방심이 2011년 ‘9·15 블랙아웃’ 같은 대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지난달 하이마트에서 판매한 여름가전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에어컨은 3배, 제습기는 3.5배, 선풍기는 1.5배 각각 증가했다. 하이마트에서 에어컨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약 90% 이상이 절전형 제품을 선택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이전에는 가격이나 디자인만 보고 선택했지만 올해는 전력소모량을 먼저 문의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의 경우 20∼30% 정도 가격이 높지만, 7∼8년 이상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특성상 결과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도 절전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대는 빈 강의실 소등,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 끄기, 실내온도 28도(사무실) 또는 26도(강의실·도서관) 이상 유지 등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빗물연구센터는 올해 초 건설환경공학부 건물(35동) 총 넓이 840㎡의 옥상에 텃밭과 꽃밭 등을 만들어 옥상 표면온도를 낮췄다. 이는 실내온도를 3∼4도 낮춰 에너지 절감에 도움이 된다. 서강대는 실내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토록 하고 오후 2∼5시에는 아예 냉방 공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방학 중에는 강의실과 열람실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직원 단축근무 시간 이후에는 사무실 냉방기 가동을 중지할 계획이다.

6일 돌아본 서울 강남과 명동 일대 일부 상점들도 예전과 달랐다. 서울 강남역 인근 L신발매장의 점장 홍모(32)씨는 “본사 지침으로 전국 L매장들은 에어컨을 켤 때는 문을 닫고 영업하며 곳곳에 전자 온도계를 설치해 뒀다”며 “기온이 26도나 27도 쯤으로 내려오면 다시 에어컨을 끄고 문을 연 채로 영업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 A화장품 매장 매니저는 “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게 오히려 쾌적하다”며 “화장품 가게는 조명이 많고 뜨거운데 적절하게 에어컨을 틀어두고 문을 닫으니 손님들 반응도 좋다”이라고 말했다. A화장품 매장은 본사 차원에서 전국 매장의 자동문을 수동으로 바꿔 달았다. 서울 명동의 M화장품매장 관계자는 “건물 자체적으로 팬이 돌아가고, 우리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 팬은 25도가 넘으면 저절로 꺼진다”며 “너무 더워 힘들다 싶으면 오후에 1시간 정도만 에어컨을 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사야 전수민 황인호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