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건설 대표, 선물 리스트에 300여명 공기업 사장-대형 건설사 대표 등 집중 로비”

입력 2013-06-06 18:22 수정 2013-06-06 22:20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금품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황보건설 대표 황모(62·구속)씨가 공기업 사장 L씨, 대형 건설사 대표 K씨 등 다른 유력인사들에게도 지속적인 선물 공세를 통해 공사를 수주했다는 내부 관계자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황보건설 측의 ‘관리 리스트’와 수주 내역 간의 연관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건설 핵심 관계자 A씨는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황씨가) 이명박 정부 시절 공기업 사장을 지낸 L씨, 대형 건설사 사장 K씨, 유통업체 사장 L씨 등과 꾸준히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며 “황보건설이 공사를 많이 따낸 곳은 모두 황 대표와 친분이 있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가) 300여명의 명단을 만들어 명절 때면 선물을 엄청나게 보냈다”며 “워낙 마당발인 데다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길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중에는 정권 유력자 등 특별 관리 대상자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원 전 원장도 그중 한 명일 뿐인데 검찰이 이 부분만 부각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황씨가 주로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향우회(충남 보령) 등을 통해 인맥을 넓힌 것으로 보고 있다. 황씨는 2007년 서울대 건설산업최고전략과정 4기를 수료했고,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 교우회 수석 부회장도 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 1기 동문이기도 하다. 그는 2010년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골프장 관리업체 사외이사를 지낼 정도로 골프장 이용도 잦았다. A씨는 “건설업체 특성상 여기저기 로비를 해야 했는데 황 대표가 영업통이어서 이런 것을 잘했다”고 전했다. 황씨가 관리한 ‘리스트’에는 S, D, K, H 등 대형 건설사 관계자, 향우회, 최고경영자과정 동문, 금융계 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씨가 2011년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린 뒤 이를 근거로 사채 등을 발행해 수십억원대 자금을 융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씨는 허위 회계자료로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받아 사채를 발행했으며, 사채는 ‘신보 2012 제2차 유동화전문유한회사’를 통해 현금화됐다. 황보건설 전 임원 B씨는 “장부상에는 매출이 많이 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2011년 하반기에 이미 여기저기 멍들어 있었다”며 “계속 수주하기 위해 분식회계로 메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5일 황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황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입을 열기 시작하면 정·관계 로비 부분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이 2010년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공사에 황보건설이 하도급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남부발전 고위층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