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소리 단호 대응… 박근혜식 對北압박 먹혔다

입력 2013-06-06 18:10 수정 2013-06-06 22:09


북한이 6일 남북 현안에 대해 포괄적 대화를 제의해 온 것은 박근혜 대통령식(式) ‘원 보이스(One Voice)’ 압박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장관급회담을 역(逆)제의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개별 사안을 넘어 그간 끊겼던 고위급 채널을 복원하겠다는 속내를 엿보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성과=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3차 핵실험→전면전 위협 등으로 이어진 북한발(發) 안보위기 속에서도 “군사적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잘못된 길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경우 언제든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해왔다. 또 “북한이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은 채 위협을 가하면, 또 우리가 보상하는 식으로 언제까지 악순환을 계속할 수 없다”는 메시지도 반복적으로 던졌다. 도발 위협에 굴복하는 형태로 ‘잘못된’ 남북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동시에 북한의 체제 지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중국과의 공조 틀을 공고하게 짬으로써 북한이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부터 “비핵화로 돌아오라”는 말을 들은 것도 이 같은 사전 정지작업이 먹힌 결과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중단 카드를 꺼냈을 때도 박 대통령은 “이미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데 세계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느냐”며 우리 측 상주인원 전원 철수라는 더 강경한 대응책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이 나오자 “그동안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자신의 일관된 대북 스탠스가 성공하고 있다는 확신을 표현한 셈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이번 발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정부의 일관된 대응이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이대로 버티다가는 남한은 물론, 미·중과의 관계 개선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자각토록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화하는 국면이 될 전망이다. 비(非)정치적·인도적 사안부터 신뢰를 쌓아 비핵화 같은 핵심사안으로 나아가겠다는 새 정부 대북정책이 구체화될 시기를 맞았다.

◇장관급 회담 역제의 배경=북한은 박 대통령의 현충일 추도사가 나온 지 2시간도 안 돼 당국간 회담 제의를 했고, 우리 정부는 그로부터 7시간 뒤 남북 장관급 회담을 던졌다. 장소도 개성공단이나 판문점이 아닌 “서울에서 만나자”고 발표했다. 북한이 받아들일 경우 남북 장관급회담은 2007년 5월 29일∼6월 1일 회담 이후 무려 6년 만에 재개되게 된다.

과거 21차례 열린 장관급 회담이 서울, 제주와 평양을 오가며 열리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북한에서 열리는 게 통상적인 순서다. 그럼에도 서울을 고집한 것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활용해 회담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12일을 회담 개최 시기로 정한 것도 최소한의 실무적인 준비시간만 가진 뒤 곧바로 본회담에 임하겠다는 정부 계산이 들어 있다.

실무회담이 아닌 의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관급 회담을 꺼냈다는 점도 의미 있다. 역대 남북장관급 회담은 굵직굵직한 결과물을 내놨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설치, 경의선 철도 연결 등이 모두 장관급 회담을 통해 결정됐다. 박근혜정부의 장관급 회담 제의도 양측 최고위층 간의 신뢰와 의사소통을 통한 ‘일괄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