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변화 왜?… “南이 장소 결정해라” 北 반대명분 없어져

입력 2013-06-06 18:11 수정 2013-06-06 22:08


정부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6일 우리 측의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 담화문을 통해 남북당국 회담을 제의하면서 회담 장소와 시간을 우리 측에 일임했다. 정부 제의를 수용하지 않을 명분이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북측도 자신들이 제안한 ‘포괄적’ 의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선 실무수준을 넘어선 고위급 채널 가동이 불가피하다고 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북측 제안에 장관급 회담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얘기다.

7∼8일 미국에서 열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한이 우리 측 제의를 거부할 경우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 협공당하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

북한이 그동안 단 한 번도 제의한 적 없는 7·4공동선언 공동행사도 열자고 한 대목도 장관급 회담 성사에 무게를 실리게 하고 있다. 북측은 담화문에서 “남남갈등 조성하려 한 적 없다” “남측 당국을 핫바지로 본 적도 없다” 등 이례적으로 ‘저자세’까지 보였다. 다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제의한 4개항의 제안 중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이산가족 문제 등만 거론하며 장관급 회담을 역제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15공동선언 기념행사 배제를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전격 제의한 배경을 둘러싸고도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당국간 회담을 제안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중국의 부담도 덜어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22∼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관련국과 대화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난 극복이 어렵다는 현실도 영향을 준 것 같다. 북한은 지난 3월 핵 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며 경제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달러박스’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막대한 외화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를 분리하면 김 제1위원장이 구상하는 경제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빠졌다는 점에서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간 벌기용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북한이 대화 제의를 우리의 현충일에 한 것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식 ‘연설’이 예정돼 있던 만큼 북한은 이에 타이밍을 맞춘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