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 수험생 혼란만 가중

입력 2013-06-06 18:06 수정 2013-06-06 22:23


수능을 5개월 앞두고 ‘선택형 수능의 첫 시험대’라 불리는 6월 모의평가가 지난 5일 치러졌지만, ‘A형이냐, B형이냐’를 둘러싼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준별로 시험을 치러 학습부담을 줄이겠다는 애초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같은 교과과정, 다른 평가방식’으로 인해 수험생들의 입시부담만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다.

◇교과과정은 같은데 시험만 달라…수험생 혼란·사교육 부추겨=수험생들이 토로하는 선택형 수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같은 교과과정을 A형, B형으로 따로 평가하는 데서 오는 혼란이다. 서울 한 자사고에 재학 중인 황모(19)군은 “배우는 내용은 똑같은데 왜 시험만 다른 방식으로 보는지 모르겠다”며 “어려운 국어B·영어B형 대비를 위해 교과서 내용을 심화해서 배우는 학원을 1개씩 더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시장만 선택형 수능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정부가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명목 아래 선택형 수능을 도입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과목·유형별 선택에 따른 수업을 일선 학교에서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원 등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중상위권 대학들이 어려운 B형을 선택할 경우 가산점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어떤 과목에 어떤 유형을 선택해야 유리한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전무한 점도 수험생들의 혼란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중위권 학생들은 A형을 선택해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지,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더라도 가산점을 적용받는 B형을 선택해야 유리한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산점·등급 불이익 꼼꼼히 따져 A·B형 선택해야=입시전문가들은 이번 6월 모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어려운 B형을 선택했다 받게 되는 등급 불이익이나 쉬운 A형을 선택했다 놓치게 될 가산점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자신의 등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대성학력개발연구 이영덕 소장은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영어 B형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채점 결과가 나오면 본인의 점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B형을 계속할지 A형을 선택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영어 B형에서 6등급 이하를 받은 수험생들은 A형으로 바꾸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평가이사도 “영어 영역은 물론 국어·수학·탐구 등 다른 영역에 대한 위치도 중요하다”며 “즉, 다른 3개 영역의 성적이 중상위권 이상이라면 영어 B형 성적이 못 나와도 A형보다는 B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다른 영역 성적이 5등급 이하로 좋지 않다면 영어 B형 고수는 무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