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수확때 그맛 그대로”… 산소 농도까지 맞춘다

입력 2013-06-06 17:55


이마트 후레시센터 가보니

경기도 이천의 이마트 물류창고 안에서 지난 5일 이색 시식회가 열렸다. 사과 시식회였다.

육질이 단단한 노란 빛깔의 사과를 베어 무는 순간 단물이 입안에 가득 찼다. 이 사과는 지난해 11월 경북 문경의 주월산 자락에서 수확한 부사였다.

박근혜 정부의 농산물 유통 개혁 기조에 맞춰 농수산물 유통 구조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 후레시센터에서 약 7개월가량 저장한 사과를 창고에서 꺼내 전국의 이마트 매장에 내놨다.

이마트는 산지직거래를 통해 기존 4∼5단계 유통 구조를 2단계로 축소하기 위해 지난해 4만6535㎡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후레시센터’를 열었다. 후레시센터에선 농수산물 가공·저장·포장 과정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 센터의 강점은 2년여에 걸쳐 일본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선진국형 농수산물 유통시스템인 CA저장 기술 설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CA저장이란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해 수확할 때와 동일한 맛을 유지시키기 위해 기온, 산소,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저장 방식이다.

사과의 경우 수확철이었던 지난해 10월 품질 좋은 사과를 구매해 CA저장고에 두었다가 품질이 가장 떨어지는 6월에 내놨다. 소비자들은 고품질의 사과를 비수기에 사과 수확철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마트로서도 CA저장을 통해 농수산물 가격 안정과 물가 안정, 품질 관리와 위생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하게 된 셈이다.

후레시센터는 여전히 테스트 중이다. 야채와 과일은 생물이기 때문에 수확 당시 외부 환경과 제품의 상태에 따라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박종권 주임은 “CA저장고 외에도 센터 전체가 평균 기온 8∼15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 직원들 모두 감기를 달고 살았다”면서 “체리의 경우 바나나처럼 익기 전에 수확하는데 저장하면서도 계속 숙성해 결국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품질 관리도 철저했다. 이날 7개월 만에 0도의 어두컴컴한 CA저장고에서 나온 사과는 당도와 무게 등을 확인하는 선별 작업을 거쳐야만 매장에 나갈 수 있다.

이처럼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나선 것은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농협은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오는 8월 개장한다. 연면적 5만8140㎡로 농산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단일 도매물류센터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농협 관계자는 “농산물을 수확해서 이를 선별·가공하고 포장해서 마트까지 가는 모든 유통 단계를 이 센터에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농업인들의 관심도 높다. 이마트에 사과를 제공한 경북 문경의 농장주는 “농업인들은 판로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나 물류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는 더 좋은 품질의 사과 생산에만 주력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