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지호 “직장의 신 대본 본 순간 히트 예감했죠”

입력 2013-06-07 00:02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어요. 그동안 이렇게 재밌게 촬영에 임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지난 4일 서울 이태원동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배우 오지호(37)는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극 ‘직장의 신’ 얘기를 할 때마다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매회 대본이 빨리 출고돼 충분히 고민한 뒤 연기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속 시원하게 해본 드라마였다” “촬영 내내 누구 한 명 인상을 쓴 적이 없었을 만큼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 같은 발언이 이어졌다.

그가 이처럼 큰 만족감을 표시하는 데는 드라마가 거둔 성적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직장의 신’은 최고 시청률이 14.6%(닐슨코리아 기준)로 ‘대박 드라마’로 분류하긴 힘들지만, 우리 사회 직장 문화를 풍자하고 비정규직 및 청년실업 문제를 조명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지호는 계약직을 무시하는 ‘밉상’ 정규직 사원 장규직 역을 코믹하게 소화해냈다.

“조금이라도 연기를 오버해버리면 극 전체가 유치해질 수 있어서 연기의 톤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감독님과 ‘미스 김 누나’(김혜수)하고도 얘기를 많이 나눴고요(웃음).”

‘직장의 신’은 흥행 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했던 작품이었다. 톱스타 김태희(33)를 앞세운 ‘장옥정, 사랑에 살다’(SBS), 이승기(26)와 수지(19)가 출연하는 ‘구가의 서’(MBC) 등 동시간대 경쟁작들의 ‘스펙’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지호는 작품의 성공을 자신했다고 한다. 그는 “대본이 정말 재밌었다. 이런 작품이 히트 못 하면 대중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했다.

‘직장의 신’은 여주인공 김혜수(43)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던 작품이었다. 김혜수는 자격증만 120여개를 갖고 있고, 주어진 업무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며, 언제나 당당한 말투와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미스 김’ 역을 열연했다. 오지호는 김혜수에 대해 “친누나 같은 분”이라며 웃음 지었다.

“워낙 카리스마가 강한 배우여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위축이 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연세가 일흔 가까이 된 조명감독님도 혜수 누나가 옆에 오면 위축된다고 하셨어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편했어요. 제 연기를 매번 모니터링 해주시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오지호는 차기작으로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연기자로서 좀 더 성장하기 위해 좋은 작품이면 가리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재미가 없어서 결국 개봉을 못하는 작품이어도 제 맘에 든다면 꼭 출연하고 싶어요. 요즘 매니저한테 ‘출연료는 안 받아도 좋으니 좋은 영화 하고 싶다. 독립영화라도 상관없다’고 주문하고 있어요. 제 속에 감춰진 뭔가를 끄집어내주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