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오스 탈북 청소년들이 유인 납치됐다니
입력 2013-06-06 18:41
지난달 28일 강제 북송된 라오스 탈북 청소년 등 9명에 대해 북한이 유인 납치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그제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우리의 나이 어린 청소년을 유인 납치해 남조선으로 집단적으로 끌어가려다 발각된 반인륜적 만행 사건이 드러났다”며 우리 당국에 사죄를 요구했다. 북한은 또 이들의 남한 행을 추진한 선교사를 “종교의 탈을 쓴 인신매매 거간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선영 전 의원이 최근 공개한 탈북 청소년들의 라오스 및 중국 체류 당시 사진들을 보더라도 밝은 표정에 옷차림도 깨끗해 누가 봐도 납치됐다고 판단하기 힘들다. 북한의 주장은 국제사회의 인권침해 비판을 면해보려는 강변으로 보인다.
북한의 궤변을 묵과할 수 없는 것은 라오스 정부가 비슷한 논리로 탈북자 북송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 외교당국은 지난달 28∼29일 이번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영사 전담대사가 방문했을 때 인신매매 주장을 폈다. 라오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메일을 보내 탈북 청소년들이 14∼18세 북한 공민으로 불법 입국했고, 나머지 2명은 남한 시민으로 인신매매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라오스 당국은 이런 논리로 앞으로도 미성년 탈북자의 경우 북한 측에 인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난 때문에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노동과 성을 착취당하는 청소년들을 비참한 구걸 생활에서 구조한 것을 인신매매라고 보는 것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인신매매 주장으로 라오스 교민들도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라오스 정부는 인신매매의 증거를 제시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섣부른 판단을 접고 탈북 고아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제3국행을 보장해야 한다. 북한도 송환된 탈북 청소년들에게 부당한 처벌이나 대우를 하지 말고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북한 밖을 떠도는 미성년 유민들을 보다 각별히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