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언론, 반정부시위 침묵

입력 2013-06-05 19:20 수정 2013-06-06 00:48

터키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6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대다수 현지 언론이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 정부의 언론 통제에 분노한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위 현황을 전하고, 기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터키 공공노조연맹(KESK)이 경찰의 과잉 진압을 항의하며 4~5일 한시 파업에 돌입하는 등 시위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최루가스가 짙은 구름처럼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광장을 덮고 있지만 TV를 켜면 펭귄이나 아돌프 히틀러에 관한 다큐멘터리, 요리 프로그램이 저녁시간대에 방영되고 있어 현실과 전혀 딴판이라고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규 뉴스 프로그램은 시위를 짧게 언급한 다음 다른 사안으로 넘어가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행해진 폭력과 1000여명의 사상자도 다뤄지지 않는다. 이날 앙카라에서 시위하다 부상을 입은 활동가 1명이 숨져 지난달 31일부터 확산된 반정부 시위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터키의사협회에 따르면 시민 부상자도 1000여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은 현실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시위대는 지난 2~3일 NTV와 하베르투르크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3대 민영 방송사를 ‘꾀 많은 원숭이’로 묘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언론이 악을 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듣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터키의 언론자유 순위는 2008년 102위에서 2013년 154위로 끊임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기자 세반 니산얀이 지난달 징역 13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