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에 강공
입력 2013-06-05 19:1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의 판사 3명을 지명했다. 코르넬리아 필러드 조지타운대 법대교수, 패트리샤 필레트 변호사, 로버트 윌킨스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그들이다. 필러드 교수와 필레트 변호사는 여성, 윌킨스 판사는 흑인이다.
이날 지명은 여러 점에서 ‘파격’이었다. 우선 연방대법원 판사가 아닌 2심을 담당하는 연방항소법원 판사의 지명을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의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과거 자신이 지명한 연방기관 후보자들의 인준을 장기간 지체하거나 거부한 것에 대해 “원칙이 있는 반대가 아니라 당파적 방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방항소법원 지명자 3명을 조속히 인준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구역(서킷)의 연방항소법원 판사들을 동시에 지명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오바마는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정원 11명 중 공석이 된 3명 전원의 후임자를 한꺼번에 지명했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 집권기간 중에는 공석이 된 연방법원 판사들의 충원을 가능한 한 늦추려는 공화당의 의도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윌킨스 판사와 필레트 변호사 등 2명은 초당파적인 성격의 인사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성과 소수민족 등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법원 구성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진보파들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큰 틀에서 이날 지명은 친민주당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지명에 대해 USA투데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에서 소수파지만 필리버스터(다수파 독주를 막기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을 통해 사사건건 오바마의 주요 국정 의제와 인사권에 제동을 걸어 온 공화당에 ‘해볼 테면 해보라’며 강공을 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공화당이 이번 지명을 막을 경우 필리버스터 발동 요건을 강화하는 규정 개정을 추진해 온 민주당과의 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