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태양광패널 반덤핑관세”… 무역전쟁 확산

입력 2013-06-05 19:19

유럽연합(EU)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EU가 중국산 철강제품에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도 관세 부과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해 현대판 ‘아편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잠정 반덤핑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카렐 데 휘흐트 EU통상담당 집행위원은 “6일부터 첫 번째 단계로 11.8%의 관세를 부과하고 2개월간 협상을 거친 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8월 6일부터 평균 47.6%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결정으로 6일부터 관세 부과가 시작되며 6개월간은 잠정관세가, 협상을 거쳐 12월에는 최종 관세율이 결정된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2011년에는 210억 유로어치를 수출했다. 피해를 본 EU 태양광 업체는 중국산 패널이 생산비 미만 가격으로 수입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EU는 지난해 9월부터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EU집행위가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독일을 비롯한 EU 18개 회원국은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평균 4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관세율이 11.8%로 내려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EU는 지난 3월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최고 44.7%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은 EU의 결정에 반발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5일 “EU에서 수입되는 와인에 대해 반덤핑,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이와는 별도로 EU와 일본, 미국산 합금관과 합금튜브에 대해 1년간 덤핑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EU가 역내 태양광 발전설비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양측은 이번 분쟁이 확전되는 것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선단양 대변인은 “EU가 좀 더 성실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 협상으로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자”고 말한 것은 이런 점을 반영한다. EU 역시 휘흐트 위원이 “EU의 결정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대화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