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금융사 CEO도 물갈이되나… 금융당국, BS금융 회장 퇴진 압박

입력 2013-06-05 19:09 수정 2013-06-05 22:18

“너무 오래 하시다 보니 BS금융지주에 경영상으로 여러 문제가 있는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이만 물러나시는 게 개인적으로 명예롭고, 부산은행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금융감독원 고위 간부)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간을 좀 주십시오.”(이장호 BS금융 회장)

금감원 고위 간부는 지난달 중순 인사차 찾아온 이장호 BS금융 회장에게 퇴진을 요구했다. 부산에 연고를 둔 BS금융은 부산은행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지방 최대 금융그룹이다. 이 회장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부산은행장과 BS금융 회장을 하고 있다. 부행장 시절을 포함하면 12년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종합검사 등에서 확인된 편중 인사를 들어 ‘장기 집권’의 폐해를 지적했다. BS금융과 자회사 임원 54명 중 절반에 가까운 24명이 이 회장과 같은 부산상고나 동아대 출신이다. 부산은행은 부서장과 핵심 지점장(1급)의 57%가 이 회장의 동문이었다.

금감원은 또 이 회장이 BS금융지주 출범 후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6명을 독단적으로 추천했다고 본다. 자신이 직접 추천한 단일 후보에 대해 후보추천위원회가 의견만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5일 이 회장의 퇴진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듯 BS금융과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래 집권하다 보니 임직원이 회장 눈치만 보지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BS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는 CEO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용은 이 회장의 장기 집권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기 어렵다. 제재 사유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임직원 겸직, 직원들의 고객 신용정보 부당 조회 등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사퇴 압박은 관치 논란과 함께 정치적 배경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인 이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는 말이 돌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켰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경남은행 인수 문제가 마무리되면 지주사 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