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3탄] “나쁜 피 아무리 수혈해도 소용없다”
입력 2013-06-05 18:58
‘채권왕’으로 불리는 월가의 큰손 빌 그로스와 대표적 경제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일본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토털리턴펀드를 운용하는 그로스는 4일(현지시간) 낸 ‘상처받은 마음’이란 제목의 6월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장기적인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새로운 화학 요법에 매달리기 시작하는 백혈병 환자”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구조 개혁이 필요한 경제를 (어리석게도) 통화 정책으로 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비판했다. 그로스는 “지금 아무리 수혈해도 낫지 않는다”면서 “주입되는 피가 빈혈이고 산소가 부족하며 심지어 백혈병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런 수혈은 “백혈구로 하여금 (필요한) 적혈구를 더 파괴하도록 하는 역효과만 낸다”고 경고했다. 그로스는 이어 “국가 재정을 둘러싼 혼란과 함께 당신의 정책은 해결책보다 오히려 문제의 부분일 것”이라며 벤 버냉키 Fed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그로스가 운영하는 토탈리턴펀드의 전달 수익률이 -1.9%를 기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우려로 채권금리가 빠르게 상승(채권가격 하락)한 탓이라곤 하지만, 바클레이즈가 산정하는 전체 채권지수 하락치(1.62%)보다 더 낮은 수익률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이 펀드에서 무려 13억 달러(약 1조4600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반면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이 붙은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양적완화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3일 CNBC 회견에서 “성장이 빈혈 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성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은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장이 당장 조기 출구 전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당분간 상승장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루비니는 그 근거로 현실적인 두 가지 요소를 지적했다.
우선 저성장으로 인한 ‘중력 요소’ 때문에 자산가치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유동성 장벽’도 이런 상황에 걸맞게 구축된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도 어둡지 않게 내다봤다. 그는 “아베노믹스는 단순한 재정과 통화 부양이 아니다”면서 “명목 임금을 높여 소비를 부추기려는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