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이 탈북 청소년 유인 납치” 北, 북송 8일 만에 공식 언급

입력 2013-06-05 18:27 수정 2013-06-06 00:47

북한이 라오스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 송환 사건이 발생한 지 8일 만에 “유인 납치행위”라며 우리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선적십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우리 나이 어린 청소년을 유인 납치해 남조선으로 집단적으로 끌어가려고 하다 발각된 반인륜적 만행 사건이 드러났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조선적십자회는 “범죄행위를 사죄하고 주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겼다. 또 “(송환된 청소년들은) 지금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이제 국가적 보살핌 속에 자기의 희망과 미래를 마음껏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주장은 “한인 선교사가 탈북 청소년들을 인신매매했다”는 라오스 당국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강제 송환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술책으로 판단된다. 실제 조선적십자회는 담화에서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행을 추진한 사람은 ‘종교의 탈을 쓴 인신매매 거간꾼’”이라며 “수십명의 우리 청소년을 유괴 납치해 비밀 은신처에 가둬놓고 온갖 악행을 감행했다”고 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탈북자 통제를 강화하고, 재입북한 탈북자들을 체제 선전과 대남 비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재입북한 탈북자 3명이 참여한 좌담회를 열고 “회유와 공작으로 남한으로 끌려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북한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외면한 채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북한은 청소년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어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라오스 탈북 루트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포럼(FEALAC) 외교장관회의 기간에 알룬케오 키티쿤 라오스 외교부 다자담당 차관과 별도 면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 장관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탈북자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도 10∼11일 인도네시아 슬라바야에서 진행되는 한·아세안 다이얼로그 회의 때 분켓 상솜삭 라오스 외교부 양자담당 차관과 따로 만날 예정이다. 새누리당도 국회 한·라오스 의원연맹 회장인 김재원 의원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6일 라오스에 파견키로 했다.

한편 정부는 제네바에서 열린 23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송환된 탈북 청소년의 안전 보장과 인도적 처우를 촉구했다. 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에 협력할 것도 요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