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벨기에 망명 미끼 불법 대출 알선한 일당 적발
입력 2013-06-05 18:23 수정 2013-06-05 22:12
2002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최모(26·여)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미용실이나 피부관리, 마사지 업소 등에서 일했다. 하지만 탈북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경제상황까지 악화돼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그러던 중 벨기에로 망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고 지난해 3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사무실을 찾았다. 유령법인인 A업체 이모(44) 대표는 최씨에게 “망명자금만 있으면 한국 탈출이 어렵지 않다”며 은행대출과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씨는 최씨가 A업체 직원인 것처럼 위조 재직증명서 등을 발급했다. 최씨는 이를 토대로 은행에서 4200만원 대출을 받았고 이중 20∼30%를 이씨에게 알선비로 건넸다. 우여곡절 끝에 경유지인 프랑스에 도착한 최씨는 다시 현지 한국인 알선자에게 300만원을 지급하고 망명신청 요령까지 배웠다. 하지만 벨기에 망명 절차가 워낙 까다로운 데다 혼자 살아가기 막막해 결국 한국으로 귀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5일 수천만원의 망명자금을 불법대출 받게 한 후 국내 거주 탈북자들을 위장 망명시킨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등)로 이씨를 구속하고 민모(44·여)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해외로 나간 탈북자 박모(34·여)씨와 황모(31·여)씨 등을 지명수배하고, 망명을 시도했던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탈북자 박씨와 함께 4개 유령법인을 설립해 망명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해당 법인에 근무하고 월급을 받는 것처럼 꾸몄다. 이어 위조된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 확인서 등으로 불법 대출을 받도록 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탈북자들은 수수료를 내더라도 돈을 챙겨 망명할 수 있다고 믿고 범행에 가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