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한국축구” 지금은 ‘월드컵 티켓’ 에 힘 모을때… 쇄신은 차후 과제

입력 2013-06-05 18:05 수정 2013-06-05 22:25


“한국선수들이 뻔히 보이는 공간에 패스를 넣지 않았다. 볼을 빼앗긴 뒤엔 압박을 가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고, 너무 자주 볼을 흘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독일출신 테오 뷔커 레바논 축구 대표팀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뷔커 감독은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가 끝난 뒤 “한국이 예상을 벗어난 플레이를 했다”고 밝혔다. 공간 침투, 강한 압박, 악착같은 볼 소유 같은 현대축구의 기본을 망각한 ‘최강희 체제’는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최강희 감독 경질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여론도 높다. 일단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는 데 주력하고 이후 새로운 체제로 본선에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불거진 ‘고질병 3종 세트’=한국은 이날 전반 12분 만에 하산 마툭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계속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김치우(30·FC 서울)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내지 못했다면 또 ‘레바논 참사’를 당할 뻔했다. 경기 내용을 보면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을 불렀던 2011년 11월 레바논 3차 예선(한국 1대 2 패)만큼이나 졸전이었다. 골대를 세 번이나 맞혀 지독히도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변명은 소용없다.

한국은 이날 1대 1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얻어 A조 1위(3승2무1패·승점 11·골 득실 +6)로 올라섰다. 그러나 조 선두를 탈환했다고 마냥 기뻐할 순 없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 같기 때문이다. 레바논전을 통해 ‘최강희 체제’의 대표팀이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레바논전 직후 ‘최강희 체제’로 브라질에 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이날 오후 귀국한 최 감독은 “경기 결과와 내용은 감독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남은 두 홈경기에서 이기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레바논전에서 제 몫을 다한 이청용(25·볼턴)은 “은퇴한 (박)지성이형의 빈자리를 항상 느끼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대표팀은 귀국 후 파주 NFC에 재집결해 회복 훈련에 들어간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레바논전을 위해 선발된 선수들이 그대로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를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잡해진 본선 진출 방정식=브라질월드컵 본선행 A조 티켓 2장은 1위인 한국과 동률 2위 우즈베키스탄, 3위 이란(승점 10)의 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세 팀은 두 경기씩을 남겨 놓고 있다.

한국은 11일과 18일 각각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을 상대한다. 두 경기 모두 홈에서 치른다고 해서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이 마지막 경기를 카타르와 치르고, 이란은 11일 레바논과 맞붙기 때문이다. 7경기씩 치른 카타르(승점 7)와 레바논(승점 5)은 본선 탈락이 확정된 상태다. 두 팀이 모두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은 한 경기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으로선 우즈베키스탄이 결승전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경기를 잡으면 승점 14점이 돼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지더라도 골 득실, 다득점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앞서고 있어 우즈베키스탄이 다득점으로 승리하지 않는 한 조 2위를 확보하게 된다. 만일 한국이 이란에 크게 지고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크게 이기면 한국의 월드컵 진출의 꿈은 좌절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남은 두 경기에서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만약 1승1패나 2무면 탈락 가능성이 발생하고, 2패면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에 월드컵 티켓을 내줘야 한다.

인천공항=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