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자] 음주사고 77% 줄인 일본

입력 2013-06-05 17:32


“만일 당신이 술을 마시고 자동차 핸들을 잡는다면 그 술이 이승에서 드신 마지막 술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총 2만9093건의 음주운전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무려 815명에 달했고, 5만2349명이 부상했다. 이는 전년인 2011년에 비해 사고 건수의 경우 632건이 증가했고, 사망자는 82명, 부상자는 1210명이 각각 늘어난 수치다.

그동안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던 음주사고 통계가 오히려 늘어 기존의 음주운전 대책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과 함께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특단의 대책이 왜 중요한지는 일본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1년 일본의 한 고속도로 상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던 운전자가 다른 승용차와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상대방 차량 뒷좌석에 탄 어린 남매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기준을 0.05에서 0.03으로 곧바로 낮추고 대대적인 홍보와 강력한 단속에 들어갔다. ‘음주 운전자를 방치한 동승자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 동승자 처벌 조항까지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을 꾸준히 펼친 결과 2000년 1276건이던 음주운전 사망사고 건수가 10년만인 2010년 287건으로 무려 77.5% 감소됐다.

최고의 교통안전 선진국인 스웨덴과 노르웨이 역시 음주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2까지 낮추었고 교통안전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브라질도 0.02로, 러시아와 인도 역시 0.03으로 낮추는 등 많은 나라에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 가지다. 음주운전으로부터 선량한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기 위함이다.

얼마 전 발표된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간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 수가 시사하는 점은 적지 않다. 이를 보면 OECD 회원국 평균은 1.12명이고 스웨덴은 0.49명, 일본은 0.69명, 노르웨이는 0.63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64명으로 조사 대상 32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음주운전 단속 기준 0.05를 고수하고 있다. 일반 운전자의 경우는 즉시 0.03으로 낮춰야 한다. 그런 후 선진국처럼 21세 이하 운전자, 면허취득 5년 이하 운전자,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경우 0∼0.02까지 대폭 낮추는 단계별 음주운전 단속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일본처럼 음주운전 동승자를 처벌하거나 미국 일부 지역처럼 술 판매 업주에게도 책임을 물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속 및 처벌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가 ‘음주운전은 무조건 사고 난다. 단지 언제, 어디서, 누구를 사상케 하느냐만 문제될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음주운전을 결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술자리가 있으면 아예 차를 가져가지 않고, ‘부득이 한 모금이라도 마셨으면 반드시 대리운전을 부르겠다’는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음주운전으로 인해 142명씩 죽거나 부상당하고 있다. 나 자신이, 우리 가족이 이러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모든 운전자가 ‘음주운전은 자살행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결코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리 없다.

송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