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23)] 예산·정책 속에 감춰진 성불평등 찾아 개선
입력 2013-06-05 17:57 수정 2013-06-05 21:01
여성정책 ‘性주류화’ 전략
일반적으로 여성정책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여성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아니다. 199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여성대회 이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여성정책 추진을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특별한 지원을 통해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른바 ‘여성특화 전략’의 한계에 대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성특화 전략은 여성을 불평등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성차별적 구조와 규범, 관행 등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는 그대로 두고 여성만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를 추진하는 여성정책 기구는 항상 예산과 권한, 자원이 적게 배분되고, 정부 기구 내에서 고립되고 주변화돼 있다는 점에서 성불평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됐다.
성 주류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되지만 전략으로서 성 주류화는 여성정책 전담부서뿐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와 조직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평가하는 단계에서 정책의 성불평등 문제와의 관련성을 검토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 도구가 정책과 예산이 성불평등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성인지적 관점(gender-sensitive perspective)’에서 분석하도록 하는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제도이다.
국내에서 성 주류화는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의 설치와 함께 새로운 여성정책 추진 기조로 도입됐다. 당시 여성특별위원회는 ‘여성문제가 국가 정책 영역에서 핵심 분야로 다뤄질 수 있도록 여성정책의 주류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정책 기조로 채택하고, 6개 관계부처(법무부, 행정자치부, 교육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정책 담당관 신설을 비롯해 공무원 양성평등 교육, 성인지 통계 생산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나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제도 등 정책과 예산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의 분석을 위한 법적 근거가 각각 ‘여성발전기본법’(2002년)과 ‘국가재정법’(2006년)에 마련됐다. 이후 성별영향평가제도는 2004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05년에는 중앙행정기관 및 광역자치단체, 2007년부터는 기초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의 사업까지 포괄하면서 양적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2011년에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을 별도 법률로 제정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개별 사업뿐 아니라 중장기 계획이나 법률에 대해서도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예산분석제도의 일종인 성인지 예산제도는 2008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9년(2010회계연도)부터 중앙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09년 ‘지방재정법’에 근거 규정이 마련된 이후 2012년(2013회계연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성별영향평가나 성인지 예산서와 같은 성 주류화 도구들은 성불평등이 재생산되는 방식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 기초해 시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성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YWCA 경기지역협의회가 여성가족부 공동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인지 정책 모니터링’ 사업은 성 주류화 전략에서 간과되고 있는 성평등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과 토론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12개 지역 YWCA가 함께하는 본 사업은 성별영향평가제도를 중심으로 성인지 정책이 실제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성별영향평가 보고서에 대한 내용 분석 워크숍을 통해 정책 영역별 성불평등 문제를 점검하고 보고서에서 제안되고 있는 정책 개선 계획과 결과가 기존의 성불평등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마경희 위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양YWCA 복지사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