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국가수반 그만” 호주 입헌군주제 폐지 논란

입력 2013-06-04 19:02

호주의 유력 정치인들이 입헌군주제 폐지 여론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국가수반으로 모시지 말자는 주장이다.

집권 노동당의 웨인 스완 재무장관과 야당인 자유-국민 연립당의 말콤 턴불 전 당수는 캔버라에서 열린 신간 ‘공화국 프로젝트’의 출판 기념회에서 공개적으로 입헌군주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완 재무장관은 “근대 민주국가에서 국민 중 한 사람이 국가수반의 꿈을 꿀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직도 이런 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믿기 힘들 뿐”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영국 여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영국 여왕은 총독(governor-general)을 통해 총리 임명권과 의회 해산권도 갖고 있다. 호주에서 입헌군주제 폐지 논란은 1975년 총독이 국민들의 지지로 뽑힌 고프 휘틀램 총리를 해임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공개적인 군주제 지지자였던 존 하워드 총리가 99년 군주제 폐지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55%가 현 체제 유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헌군주제에 대한 찬반양론은 여전히 팽팽하다. 찬성 측은 입헌군주제가 역사의 유산임을 강조하는 반면 반대 측은 군주제 자체를 국가 자존심의 훼손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군주제 폐지 여부가 단시간 내에 결론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