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전방 섬 ‘마주다오’ 군사요새→ 카지노 변신

입력 2013-06-04 19:03


대만이 중국 본토를 바라보는 최전방 섬인 마주다오(馬祖島)에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군 병력을 최소화하고 카지노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경제부흥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과 마주한 마주다오는 1960년대부터 대만 해병대 등이 주둔하면서 곳곳에 참호를 건설하는 등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요새였다. 이곳 외에도 진먼다오(金門島), 펑후(澎湖) 제도 등은 중국의 기습 상륙작전에 대비해 해마다 군사훈련이 실시됐다.

하지만 2001년 대만이 진먼다오와 마주다오 등을 중국에 개방해 ‘소삼통(小三通)’ 시대를 열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위안화와 대만 달러의 환전도 자유롭게 이뤄졌다. 군인이 사용하던 참호는 이제 중국 관광객이 필수로 들러보는 관광코스가 됐다.

대만은 미국계인 와이드너 리조트사로부터 8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해 이곳에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카지노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에는 주민을 대상으로 ‘카지노 관광특구 설립안’을 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렇게 해서 연 25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2018년까지 45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경제적 효과가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중국 관광객 유치가 자칫 안보의식 약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중국 관광객 편의를 위해 대만은 마주다오에 주둔 중인 군 병력 일부를 철수시켰다. 대만군은 이런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중국인을 위한 리조트 개발은 그동안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군의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카지노리조트가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마카오나 싱가포르, 필리핀 등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마주다오의 한 지방관리는 “군인들이 쓰던 돈만큼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이 들어와야 한다”면서도 “요즘 중국 관광객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데 과연 마주다오를 선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