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남미에 테러망 구축”

입력 2013-06-04 19:04

이란 정부가 남미에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CNN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 건물 폭탄테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는 최근 “이란 정보요원들이 테러 활동을 위해 남미 전역에 침투하고 있다”고 밝히고 500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94년 테러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이란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모센 라바니라는 인물이 남미 테러조직을 담당했다.

니스만 검사는 또 이란이 30여년 전인 80년대부터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광범위한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밑바닥 조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테러리스트 조직이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수리남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에서 이미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테러·안보 전문가들은 니스만 검사의 보고서가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남미에서 움직이는 이란 정보요원들의 활동이 적지 않게 감지됐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관료인 로저 노리에가 전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3월 하원에서 “이란이 최소 12개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80명 이상의 정보원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연구기관인 랜드코퍼레이션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이 지역에서 매년 2000만 달러의 순익을 보고 있다.

중동이나 미국에서 움직이기도 바쁜 테러리스트들이 굳이 남미로 오는 이유는 뭘까. CNN은 “주로 재정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미는 다양한 종류의 마약 재배와 밀매가 활발한 데다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이 많아 테러조직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마약조직이 워낙 많아 이란 테러조직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의 국경이 만나는 지역은 경찰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국제 범죄조직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